한류여행을 떠난 대만부부에게 이영애(43)는 한류스타를 넘어서 천사와 같았다.
연합보와 빈과일보 등 대만 유력신문은 1일자에 서울에서 태어난 대만 어린이가 수술을 받았으나 부모가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는데 한류스타 이영애의 도움으로 무사하게 귀국했다고 1면 머리기사로 대서특필했다.
이영애는 드라마 대장금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대만에서 인기가 높았다. 대만 언론은 “대장금으로 사랑을 받은 이영애가 대만인에게 사랑을 돌려줬다”며 이영애의 선행을 보도했다. 이영애의 선행으로 대만에 널리 퍼진 반한류(反韓流)도 약해질 조짐이다.
대만인 멍빙센 부부는 지난 2월 서울을 방문했다. 서울 여행이 즐겁지만은 않았다. 임신 7개월이었던 아내가 호텔에서 미끄러진 탓에 뱃속에 있던 아이가 몸무게 1㎏에 불과한 미숙아로 태어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칠삭둥이는 담도폐쇄증과 간질환에 시달렸다. 한국에서 태어난 커리(可莉)는 순천향대학병원과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아 겨우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멍씨 부부는 1억원대 치료비 때문에 안절부절 못했다. 멍씨 부부는 대만 외교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결국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부족한 돈을 모금 운동으로 충당하려고 했다. 이때 누군가 치료비를 대신 냈는데, 그가 바로 이영애였다.
이영애는 멍씨 부부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되자 익명으로 치료비와 입원비 약 10만 달러(약 1억 100만원)를 쾌척했다. 이영애 주선으로 국제성모병원에 입원한 멍씨 부부는 여러 차례 도움을 준 분에게 꼭 인사하고 싶다고 간청했다. 이영애 소속사 리에스는 “몰래 도우려고 했지만 아기 엄마가 꼭 인사하고 싶다고 부탁해 신분을 노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영애는 6월 29일 멍씨 부부와 커리를 만났다. 한국 의료진의 보살핌 속에서 커리(3.27㎏)는 눈에 띄게 건강해졌다. 산모는 이영애를 만나자 고맙다고 말하며 하염없이 울었다. 이영애는 아이가 건강하게 사랑을 받으며 자라길 바란다고 덕담하며 커리가 자라면 나중에 자신의 집에 놀러 오라고도 말했다.
멍씨 부부와 커리는 한국 생활을 마치고 6월 30일 대만으로 돌아갔다. 산모는 “이영애와 같은 대스타를 TV에서만 보는 줄 알았는데 친구처럼 우리 눈앞에 나타나고 우리가 꼭 필요할 때 도움을 줄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남편은 “언론 보도 영향을 받아서 한국 제품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한국 여행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인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대만인에게 감동을 준 이영애의 선행으로 반한류마저 수그러들고 있다.
이상준기자 ju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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