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자리는 ‘대략난감’인 경우가 많다. 불빛이 산란하니 별을 찾기도 어렵지만, 찾았다 쳐도 목동자리가 목동처럼 보이지 않고 사자자리도 사자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여름밤의 직녀성과 견우성과 은하수만큼은 전해오는 이야기와 썩 잘 어울려 늘 감탄스러웠다. 직녀성은 거문고자리에 있다. 견우성은 독수리자리에 있다. 그 사이를, 도시 하늘에서는 보이지 않는 은하수가 흐른다. 거문고와 직녀를 묶어 버릇한 것도 그 때문이리라. 직녀라면 베틀을 안고 있어야겠으나, 거문고자리에 직녀가 있으니 으레 거문고를 타는 직녀가 떠오르곤 했다. 어쩐지 잘 어울리지 않는가. 그런데 거문고자리의 ‘거문고’가 실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우스의 ‘하프’를 번역한 단어라는 걸 엊그제서야 알았다. 별에 붙은 직녀라는 이름은 동양 문화권에서 나온 것이고 별자리에 붙은 거문고라는 이름은 서양 문화권에서 번역되어 나온 것이니 관계가 없는 셈. 고작 ‘하프’라는 단어 하나가 ‘거문고’로 바뀌었을 뿐인데, 그동안 내 머릿속에는 하프를 타는 오르페우스 대신 거문고를 타는 직녀가 들어앉아 있었으니 이만저만한 오해가 아니다. 견우와 직녀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있어 만날 수가 없다. 하프와 거문고의 문화 사이에는 어떤 은하수가 아찔하게 흐르는 걸까. 견우와 직녀는 일 년에 한번 오작교를 건너 해후할 수 있다. 하프와 거문고를 위한 오작교는 어떻게 놓일 수 있을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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