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다크나이트의 꿈과 영웅, 랩과 어우러진 신체극으로 탄생
“15년째 함께 작업하고 있는 음악감독 김요찬씨의 역할이 굉장히 큰 무대죠. 라이브 인터랙티브로 믹스되는 음악을 담당하니까요.”
임도완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소장은 새 작품 ‘크리스토퍼 논란 클럽’에서 무대 상황과 절묘하게 물려 들어가는 음악의 효과에 주목할 것을 부탁한다. 신체극 집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가 무대에 올리는 ‘크리스토퍼 논란 클럽’의 제목은 영화 ‘다크 나이트’와 ‘인셉션’을 만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이름을 패러디했다. 공연의 모티프가 된 두 영화가 문명의 어두운 이면을 느와르적으로 그려 마니아들을 열광케 하더니 마침내 한국 땅에서 한 편의 마임극으로 거듭난 것이다.
은행 강도가 출몰하는 고담시와 밤의 영웅 배트맨의 이야기, 시민의 꿈 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악에서 허우적거리게 한다는 검은 판타지. 어릿광대 혹은 순수 동심의 세계만을 천착하는 것으로 인식돼 온 마임이 16년 차 예술 집단에 의해 디스토피아를 유효하게 그려내는 도구로 바뀌었다. 극은 꿈과 영웅을 말하는 자리다. ‘인셉션’은 악몽이 된 꿈을, ‘다크 나이트’는 변질된 영웅을 21세기적으로 보여준다. 무대는 그래서 마임 느와르라는 새로운 형식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가늠할 시금석이기도 하다.
장비 경쟁으로 치닫기 일쑤인 요즘 무대의 추세를 정면으로 거스르듯 이 극에서는 장치가 배제된다. 텅 빈 공간에 장비라곤 마이크 4개와 의자 6개가 전부다. 마이크는 이번 무대에서 처음 도입한 랩 송을 위한 것이고 의자는 등장 배우들이 적절히 구사하는 오브제다. 그야말로 미니멀하다. 너무 볼 것 없지 않느냐? 그렇다면 당신은 꿈꾸기를 포기한 인간이기 십상이다.
“관객에게 상상력을, 지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하는 거예요.” 임씨는 “작품은 시대의 거울”이라며 이번 무대가 자신을 비추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영화 속 이미지들이 무대에 어떻게 은유되는지 비교하는 즐거움을 가지면서.
이번 공연이 현재의 한국을 거의 여과 없이 다룬 작품이라는 생각에 공연팀은 영화를 반복해 감상하고 패러디 등 실제 작업을 준비하면서도 열띠게 토론했다. 사회성ㆍ현실성이 높은 작품이라 대사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무대는 한국을 발가벗긴 세월호 참사 또한 패러디한다. “움직이지 마” 등 학생들을 희생양으로 만든 어른들의 비열한 언행 등이 날 것으로 등장하거나 랩의 비아냥 등으로 탈바꿈한다. 무대가 우리의 거울이 되는 이유다. 임씨는 좌장으로 큰 줄기를 잡았다. 13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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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논란 클럽’은 사다리움직임연구소가 축적한 신체극 어법이 사회적으로 숙성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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