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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불 밝힌 도시에 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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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불 밝힌 도시에 젖다

입력
2014.07.0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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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동궁과 월지(안압지).
경주 동궁과 월지(안압지).

뙤약볕이 싫으니 해 떨어진 후 집 나선다. 어둑할 무렵 불 밝힌 도시는 그 자체로 훌륭한 볼거리다. 한국관광공사가 마침‘도시야경’이란 테마로 야경 화려한 도시들을 7월 가볼만한 여행지로 추천했다. 야경 말고도 즐길거리 많은 곳들이라 겸사겸사 여행하기 괜찮다. 멋진 야경 구경하고 나면 열대야에도 잠이 잘 올 거다.

○ 경북 경주 역사유적지구

경주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역사유적지구(월성지구), 대릉원 지구의 고분이 달빛과 조명 아래 한층 부드러운 곡선을 드러낸다. 첨성대, 월정교, 동궁과 월지(옛 안압지) 등 천 년 고도의 유적이 멋진 조명 아래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문무대왕릉이 있는 경주 동해권에서는 통일신라 삼층 석탑의 시원(始原)이 된 감은사지 삼층석탑도 만날 수 있다.

백미는 월성지구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경주역사유적지구 다섯 곳 중 한 곳으로 신라 궁궐이 있던 월성, 경주 김 씨의 시조인 김알지가 태어난 계림, 내물왕릉, 첨성대, 신라 왕궁의 별궁 터인 동궁과 월지를 아우른다. 월성 지구의 유적은 모두 걸어서 다닐 수 있을 만큼 가깝고, 복원 중인 월정교와 교동최씨고택이 자리한 교촌마을이 지척에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야경 여행은 첨성대, 월정교, 동궁과 월지에 경관 조명이 들어오는 밤 8시 전후에 시작한다. 야경 여행을 마친 뒤에는 동대사거리 막창골목에서 출출한 속을 달랜다. 경주시청 문화관광과 (054)779-6078

남한산성 서문에서 본 야경.
남한산성 서문에서 본 야경.

○ 경기 남한산성

지난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남한산성. 이곳 서문 위에서 본 야경도 ‘세계문화유산급’이다. 남한산성은 경기도 광주, 하남, 성남과 접해 있는데 서문에서는 서울 송파구를 중심으로 한 강남 일대와 하남시가 보인다.

남한산성은 백제에서 조선에 이르기까지 국방의 보루 역할을 한 요충지였다. 조선 인조 때 청나라의 침략으로 왕이 47일간 이곳에 피신하며 항전했다. 이러니 성곽 위에 서면 마치 성루를 지키는 옛 병사가 된 듯 애틋함이 밀려든다.

서문 성곽 아래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서문까지 큰길이 잘 닦여 가족이 함께 산책하며 걷기 편하다.

해 지기 전에 가서 행궁을 둘러봐도 좋다. 10여년의 복원 과정 거친 행궁은 임금이 도성 밖으로 거동할 때 임시로 머물던 곳. 남한산성 행궁은 유일하게 종묘와 사직을 갖춘 행궁으로, 유사시에는 남한산성이 임시 수도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조선 인조 때 만들어졌고 이후에도 숙종과 영조, 정조 등이 머물렀다.

남한산성은 해발 500m 자연 지형을 따라 둘레 11.76km 성곽에 200여 개 문화재가 자연경관과 함께 흩어져 있다. 산성 탐방 코스 중 가장 수월하고 가족 여행객이 접근하기 쉬운 코스는 북문~서문~수어장대~남문을 둘러보는 코스다. 성곽 안팎을 넘나들며 성곽 둘레길도 걸어본다. 유적을 구경한 뒤에는 닭죽마을에서 여름 원기를 보충하면 좋다. 남한산성도립공원 (031)743-6610

서울 한양도성 낙산길.
서울 한양도성 낙산길.

○ 서울 낙산길 낙산공원

한양도성은 북악산(백악), 낙산, 남산, 인왕산의 능선을 따라 총 18.6km에 이른다. 조선 600년 역사가 켜켜이 쌓인 도성으로, 네 산으로 오르다 보니 서울 도심의 화려한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 제법 많다. 특히 흥인지문에서 혜화문으로 이어지는 한양도성 낙산 구간은 남녀노소가 쉽게 산책할 수 있으며, 낙산공원은 북악산과 북한산 능선으로 넘어가는 일몰과 서울 도심 야경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어 밤이 더욱 아름다운 명소다.

흥인지문 주변으로는 최근 개관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쇼핑몰, 청계천 일대가 화려한 조명으로 일렁여 도심 야경의 화룡점정이 된다. 마약김밥과 빈대떡으로 유명한 광장시장, 신진시장 주변의 곱창골목과 닭한마리골목, 장충동 족발골목, 음식 특화 거리로 지정된 신당동 떡볶이골목이 가까워 맛있는 음식으로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 종로구청 관광체육과 (02)2148-1864

대구 앞산전망대에서 야경을 즐기는 사람들.
대구 앞산전망대에서 야경을 즐기는 사람들.

○ 대구 앞산 야경

해발 660.3m 앞산은 산성산, 대덕산, 성북산과 이어지며 대구의 남쪽을 병풍처럼 감싼다. 앞산공원을 비롯해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다. 앞산전망대에서는 시내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앞산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오른 뒤 오른쪽으로 난 숲길을 따라가면 그 끝이 앞산전망대다.

‘S’자로 굽어지며 흐르는 낙동강을 시작점으로 오른쪽을 바라보면 도시를 감싸는 산자락이 겹겹이 펼쳐진다. 퍼즐을 맞춘 것처럼 들어앉은 빌딩과 아파트, 크고 작은 집과 도로가 잔물결 일렁이는 바다를 보는 듯하다. 그 가운데 두류산과 금봉산, 이월드 83타워가 섬처럼 떠 있다.

안지랑곱창거리는 앞산과 이어져서 야경을 감상한 뒤 출출함을 달래기 좋은 곳이다. 저렴한 가격에 곱창과 막창을 먹을 수 있어 대구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먹거리촌이다.

83타워에 올라 대구 야경을 감상하고, 오색 조명이 어우러진 정원에서 추억을 남겨도 좋다.

분수 쇼가 멋진 수성유원지도 여름밤을 시원하게 해주는 공간이다. 대구광역시청 관광문화재과 (053)803-6512

창원 문신미술관에서 본 마산의 야경.
창원 문신미술관에서 본 마산의 야경.

○ 경남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마산의 야경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는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이 위치한 추산근린공원이다. 추산동 언덕에 자리 잡아 마산의 전경이 고스란히 내려다보인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야외 전시장에서 바라봐도 좋겠으나, 미술관이 오후 6시에 문을 닫기 때문에 추산근린공원으로 가야 한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마산의 밤 풍경을 보기 전에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 작가 문신의 작품과 예술혼을 만나는 것도 좋다. 문신은 일본에서 나고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한 미술가다. 1940년대 중반 한국에서 인물, 정물, 풍경 등 사실화 계열 화가로 활동하다가, 1961년 초 파리에 정착해 추상 작업을 했다. 그러던 중 프랑스의 고성인 라브넬 수복 작업을 통해 입체에 대한 잠재성을 발견하고 본격적으로 조각 작업을 시작해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1980년 귀국해 유년 시절을 보낸 마산에서 1994년 문신미술관을 개관했다.

창동예술촌에는 1970~1980년대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골목 풍경이 숨 쉬고, 돝섬해상유원지에는 한적한 숲길 산책로가 조성되었다. 바다에서는 더위를 날려버릴 해양 레포츠 체험이 가능하고, 마산어시장과 오동동 아구찜거리에는 싱싱한 해산물과 풍성한 먹거리가 있다. 창원시청 문화관광과 (055)225-2341

목포 '춤추는 바다분수'
목포 '춤추는 바다분수'

○ 전남 목포 유달산

목포의 야경을 보려면 유달산으로 가야 한다. 해 지기 전에 출발해서 마당바위까지 올라가는 동안 몇몇 정자에서 목포의 전망을 즐긴 뒤, 마당바위에 도착해서 해 지는 풍경과 야경을 동시에 감상한다.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노적봉에서 마당바위까지 30분 정도 잡으면 된다. 계단이 많아 천천히 간다고 해도 40분이면 넉넉하다.

유달산 기슭 죽교동에는 집들이 빼곡하다. 마을에 어둠이 내리면 골목을 비추는 가로등이 켜지고, 일터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집마다 불을 밝힌다. 해무가 끼는 날이면 가로등과 창문으로 새는 불빛이 뚜렷하게 반짝이지도 않고 더 멀리 퍼지지도 않으며 마을 언저리에 번진다. 유달산에서 바라보는 죽교동 야경에 내일 다시 일터로 나갈 사람들의 근기가 서린 듯하다. 이것이 목포의 첫 번째 야경이다. 두 번째는 유달산 마당바위에서 바라보는 고하도와 목포대교 불빛이다. 세 번째는 유달산 천자총통 발포체험장에서 올려다보는 유선각 야경이다. 네 번째는 ‘춤추는 바다분수’다.

목포 야경을 즐긴 다음 날은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 구 목포 일본영사관, 경동성당, 양동교회, 목포정명여자중학교 구 선교사 사택, 목포 구 청년회관 등 목포의 역사를 간직한 문화재를 돌아본다. 목포시 종합관광안내소 (061)270-8598

대전 '으능정이'거리 스카이로드.
대전 '으능정이'거리 스카이로드.

○ 대전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는 낮보다 화려한 대전의 밤을 경험하는 곳이다. 밤늦은 시간까지 사람들과 불 밝힌 네온사인이 가득하며, 새로운 야간 명소로 자리 잡은 스카이로드는 특별한 도시 야경을 선사한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아케이드형 LED 영상 시설로, 매일 밤 환상적인 영상 쇼가 펼쳐진다. 신비로운 우주 세상에서 순식간에 바닷속 풍경으로 변신을 거듭한다.

맞은편 대흥동 문화의 거리는 옛것과 새것이 어우러진 밤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토요일 밤이면 다양한 문화 예술 공연이 펼쳐진다.

보문산전망대와 대동하늘공원은 원거리에서 바라본 도시 야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색다른 야경 명소로 엑스포다리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소제동 철도 관사촌과 옛 충청남도청은 대전을 대표하는 근대 역사 문화 공간으로 한번쯤 가볼 만하다. 대전광역시청 관광산업과 (042)270-3971

청주 수암골 전망대에서 본 야경.
청주 수암골 전망대에서 본 야경.

○ 충북 청주 수암골 전망대

청주 시가지 일몰과 야경 명소로 손꼽히는 수암골 전망대다. 2007년 충북 예술인들의 공공 미술 프로젝트로 변화가 시작된 수암골은 드라마 ‘카인과 아벨’ ‘제빵왕 김탁구’ ‘영광의 재인’ 등의 촬영지로 이름난 곳이다. 여름에는 선선한 산바람이 부는 저녁 무렵 전망대를 찾는 이들이 많다. 주민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고 수암골과 청주시의 저녁 풍경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주의 오랜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국립청주박물관과 중앙공원, 청주 용두사지 철당간, 청주 상당산성도 돌아보자. 청주 사람들의 활기를 느낄 수 있는 성안길과 육거리종합시장, 서문시장 등도 재미있다. 청주시청 문화관광과 (043)200-2231

김성환기자 spam001@hksp.krㆍ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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