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2사단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임 모 병장의 범행 동기가 아직 분명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육군 수사단은 어제 수사상황 중간 브리핑에서 사건 경위를 또박또박 밝히면서도 극단적 행동으로 치닫기까지 임 병장의 심리상태나 그에 대한 동료 장병들의 태도 등은 정확히 집어내지 못했다. 입원 치료 중인 임 병장이 정상적 신문절차에 응하기 어려운 상태인 데다 ‘임상신문’조차도 “네, 아니오”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게 주된 이유라고 한다.
다만 그의 심리상태나 범행 동기를 더듬을 실마리는 어느 정도 찾아졌다. 크게 보아 그 동안의 언론 보도 내용과 비슷하다. 중간 키에 깡마른 체격의 임 병장은 지난해 1월 자대배치 면담 과정에서 학창시절 ‘왕따’ 경험을 진술했다. 소초(小哨) 안에서 그는 탈모증세로 머리 숱이 적다는 이유로 ‘할배’ 등의 별명으로 불렸다. 또 순찰일지 뒷면의 낙서에는 그를 묘사한 듯한 만화가 여럿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해골’ 그림처럼 지독한 그림은 없었지만, 임 병장이 모욕을 느낄 만한 그림이다. 따라서 다른 병사를 묘사한 그림도 많이 있고, 만화 내용이 특별하지 않더라도, 사건 당일 그것들을 보고 격분했다는 임 병장의 진술에 나타난 주관적 인식의 신빙성이 커진다. 동료 병사들이 자신을 마치 없는 사람처럼 대우한다는 진술도 같은 맥락이다.
임 병장은 또 사건 당일 소초의 한 간부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타격 강도나 횟수, 정확한 시기 등은 확인되지 않았고, 해당 간부도 이를 부인하고 있다. 가볍게 뒤통수를 친 것이 대개의 병사에게 가혹행위로 인식되기는 어렵겠지만, 그에게는 얼마든지 낙담과 분노를 부추길 만하다. 실제로 임 병장은 범행 동기에 대한 신문에는 유난히 흥분된 반응을 보이면서 순간적으로 혈압이 치솟아 의료진이 달려와야 할 정도라고 한다.
이번 사건의 인과관계가 어떻게 밝혀질지는 알 수 없다. 우연이 중첩해 빚어진 우발적 범행인지, 일부 치밀한 의도에 따른 계획적 범행인지에 따라 국민의 시각이 크게 달라진다. 군 당국이 적극적 수사로 사건의 전체상을 하루속히 드러내야 할 현실적 이유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군은 허술한 ‘관심병사’ 관리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우발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한 체계적 관리 태세의 점검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병영문화의 개선이 장병 모두의 자발적 참여에 달려있음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