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중 사격은 부인…교전 여부 논란
장병들 대응사격 사실 새롭게 밝혀져
동부전선 GOP(일반전초) 총기난사의 전모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군 수사당국은 우선 임 병장이 동료들을 향해 수류탄 1발과 자신의 K-2소총으로 모두 36발을 쏜 사실을 확인했다.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일부 병력이 임 병장의 총기 난사 과정에서 대응사격한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하지만 군 당국의 설명과 달리 임 병장의 도주 과정에서 실제 교전이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초소에서 구급상자 갖고 온 뒤 수류탄 투척
21일 오후 7시55분쯤 임 병장은 주간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생활관 후방 보급로 삼거리에서 경계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동료 장병 7명을 만났다. 임 병장은 동료들에게 “온열손상킷(열사병 대비 응급도구함)을 초소에 두고 왔다”며 근무지로 되돌아갔고, 이후 갖고 온 구급상자를 동료에게 건네는 과정에서 수류탄을 던졌다. 수류탄이 터지자 최모 일병이 파편상을 입어 현장에 쓰러졌고 나머지 장병 6명은 피신하기 시작했다. 당시 최 일병은 숨이 멎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임 병장은 피신하는 장병들을 향해 총을 쏘아대며 따라갔다. 이 과정에서 김모 하사가 숨졌고 임 병장은 15발들이 탄창을 소진했다. 이어 임 병장은 20발들이 새 탄창으로 교체한 뒤 수류탄 투척 지점에서 120여m 떨어진 대피호까지 이동했고 여기에서 만난 김모 일병을 향해 사격을 가해 숨지게 했다.
임 병장의 총격은 생활관에 진입한 이후에도 계속돼 이모 상병과 진모 상병이 생활관 안에서 즉사했다. 생활관 주변에서는 임 병장이 버린 탄창이 발견됐는데, 20발들이 탄창에는 실탄 9발이 남아있었다. 임 병장이 대피호에서 김 일병을 쏜 이후 총기가 일시적 기능장애를 보이자 생활관 진입을 전후해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생활관을 빠져 나온 임 병장은 이후 1차 총격이 벌어진 삼거리 방향으로 향하다가 동쪽 방향으로 달아났다. 임 병장은 이 과정에서 10발을 더 쏜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 시간은 오후 8시20분으로 군은 이번 참극이 수류탄 투척 이후부터 10분간 진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군에 따르면 임 병장은 사건 당시 총 36발을 쏘았으며 이 과정에서 탄창을 두 번 갈아 끼운 것으로 파악됐다. 임 병장은 애초 실탄 75발을 소지했는데 자살 시도 직전 30발을 갖고 있었고 버린 탄창 안에 9발이 있었다. 현장에서 발견된 탄피는 총 25발로 11발은 현재 수색 중이다.
총기 난사에 대응사격 있었다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임 병장의 총기 난사 과정에서 이를 제압하려는 시도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무장상태였던 장병들이 왜 임 병장의 추가 총격을 막지 못했는지는 그간 풀리지 않는 의문 중 하나였다. 군에 따르면 임 병장의 수류탄 투척 당시 삼거리에서 파편상을 입은 하사가 생활관으로 피신해 총기보관함의 잠금장치를 부수고 총기와 탄약을 배분해 일부 병사에게 나눠줬다. 육군 관계자는 “그 하사가 자신의 총에 탄약을 장전하고 (임 병장을 향해) 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 병장이 수류탄 투척 현장에서 부상을 입은 최 일병에게 추가로 총격을 가해 최 일병이 사망한 정확한 시점은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최 일병 유족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군은 임 병장이 생활관에서 나온 시점에 삼거리 부근에서 총성 1발이 울렸다는 진술을 참고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임 병장 도주 당시 교전이 있었는지 여부도 추가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사건 발생 다음날인 22일 오후 2시23분쯤 제진검문소 인근에서 도주 중인 임 병장의 선제 사격으로 총격전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소대장 김모 중위가 팔 관통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임 병장이 “(당시) 사격을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김 중위는 “당시 상황은 교전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군 당국의 허술한 작전도 도마에 올랐다. 특히 군 당국은 사건 발생 1시간여 후인 오후 9시28분쯤 119구조본부에 응급헬기 요청을 하고도 비행 승인이 내리지 않아 응급헬기는 한 시간 뒤에야 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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