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재보선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 여당 수도권 빅매치 물 건너가
울산 출마 이혜훈은 경선에 반발해 공천 철회... "동지에 대한 도리 아냐"

7ㆍ30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의 공천 전략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불출마 선언으로 ‘빅매치’를 염두에 둔 수도권 후보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해졌고, 이혜훈 전 최고위원이 공천위 결정에 공개 반발하는 등 친박계 내부 갈등도 본격화하고 있다.
김 지사는 경기도정 마지막 날인 30일 의정부의 한 무료급식 봉사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재보선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의 행보를 묻는 질문에 “제 자신이 무엇이 부족한지를 겸허하게 성찰하고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당분간 외부로 드러나는 정치행보를 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지사는 수도권에서 가장 치열한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의 유력한 새누리당 후보로 거론돼왔다. 하지만 김 지사 주변에선 8년간의 경기지사를 역임한 이후 곧바로 서울지역 선거구에 출마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고, 차기 대선 행보를 위해서는 ‘일보 후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서울 동작을 후보로 신인급인 금태섭 대변인을 유력하게 검토하자 ‘급이 맞지 않다’고 보고 불출마로 기운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번 재보선에서 ‘김문수 카드’로 수도권 전체 재보선 판세를 유리하게 끌고가려던 새누리당 지도부는 공천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할 입장이다. 김 지사가 출마하지 않을 경우 나경원 전 의원이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 카드의 파괴력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당 7ㆍ30 재보선 공천위가 경기 평택을에 공천을 신청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을 탈락시키면서 전략 변화가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공천위는 “임 전 실장이 도농복합지역이라는 지역정서에 걸맞지 않다는 평이 많았고 표의 확장성도 부족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심에 세우려던 김 지사 카드가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이명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짙은 임 전 실장을 배제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공천위는 김 지사를 내세우려던 동작을은 인재영입(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했다. 기존 공천 신청자 이외에 지역에 적합한 인물을 중앙당 차원에서 물색하겠다는 것인데, 당내에선 나 전 의원이나 오 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가 많다. 하지만 김 지사와 동반출격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이들 두 사람이 야당 후보를 압도할 만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도 감지된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 핵심인사인 이혜훈 전 최고위원이 공천위 결정에 강력 반발하고 나서는 등 내홍까지 겹쳤다. 공천위가 울산 남을 지역구에서 이 전 최고위원과 박맹우 전 울산시장, 김두겸 전 울산 남구청장의 100% 여론조사 경선을 확정하자 이 전 최고위원은 “공천 신청을 철회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지난 10여년 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매진했던 자신의 이력을 언급한 뒤 “이번 결정은 정치적 사선을 함께 넘었던 동지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천위의 한 관계자는 “설마설마 했던 김 지사가 불출마 쪽으로 기울면서 재보선 전체 판세가 상당히 어려워졌다”면서 “이 와중에 애초 가능성이 희박했던 영남권 전략공천이 수용되지 않았다고 친박계 실세 인사까지 반발하고 나서니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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