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위장된 입소문… 보험ㆍ대출 추천 블로그 주의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위장된 입소문… 보험ㆍ대출 추천 블로그 주의보

입력
2014.06.30 19:16
0 0

판치는 금융상품 바이럴 광고

소비자 사용후기ㆍ전문가 추천 형태 검색해 보면 보험설계사ㆍ대부업체

심의조차 안 받아 허위ㆍ과장 난무, 불완전 판매 소지 등 금융사도 속앓이

온라인 소비자 의견에 대한 신뢰도
온라인 소비자 의견에 대한 신뢰도

금융상품별 바이럴 광고 검색 건수
금융상품별 바이럴 광고 검색 건수

전셋값을 마련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던 직장인 A씨는 최근 인터넷 블로그를 보고 귀가 솔깃해졌다. 은행에 일일이 조건을 문의하지 않아도 가장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추천해준다는 것. 블로그에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정책과 금리동향, 시세 등의 정보도 자세히 올라와있었다. 해당 블로그에 링크된 ‘내게 맞는 주택담보대출 상품 찾기’를 클릭하자 담보대출 금리비교 전문사이트로 이동했다. B씨가 주택담보 조건을 입력하자 은행 이름은 가린 채 금리정보만 떴다. 해당 사이트는 부동산중개업체와 연계된 사이트로 해당 업체와 계약을 맺거나 상담을 받아야 은행과 연결을 해주는 곳이었다. A씨는 “개인이 추천해주는 블로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부동산업체 광고였다”며 “꺼림칙해서 은행 별로 대출금리를 비교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을 통한 ‘바이럴(Viral) 광고’가 금융상품에까지 번지고 있다. ‘바이럴’은 컴퓨터 바이러스(Virus)와 입(oral)의 합성어로 소비자들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자발적으로 상품을 추천해 입소문을 타고 홍보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말. 하지만 요즘은 해당 업체나 광고회사 등에서 자발적인 글을 위장해 조직적, 상업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바이럴 광고’로 변질됐다. 바이럴 광고가 가장 성행하는 대표적인 업종이 음식점. 해당 업체가 블로거 등에게 금전을 제공하고 맛집 홍보글을 올리게 하면서 적잖은 논란에 시달려 왔다. 인터넷에서 열심히 맛집을 검색해 찾아갔다가 낭패를 겪는 경험이 있다면, 대부분 이런 ‘바이럴 광고’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온라인 상에서 특정 금융상품을 소개하거나 추천하는 소개글이 크게 늘고 있다. 언뜻 보면 금융 소비자가 올려놓은 글처럼 보인다. 소비자 사용후기, 전문가 추천 등의 형태를 띠고 있고 내용도 온통 장점만 나열하는 광고와는 다르다. 일부 단점도 언급하고 다른 금융상품도 살짝 소개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100% 신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글의 상당수는 보험설계사나 대출모집인 등이 상업적으로 올려놓은 것. 특히 이런 바이럴 광고는 정식 금융상품 광고가 아니어서 광고심의조차 받지 않는다. 명확한 근거 없는 허위ㆍ과장 광고로 소비자를 현혹시킬 위험이 다분한 것이다.

실제 한 포털 사이트에서 ‘펀드 수익률’을 검색하면 관련 블로그만 12만건 넘게 검색된다. 검색 순위 상위에 올라온 글 대부분은 재무설계사이트가 고객 확보를 위해 게재한 것. 같은 포털 사이트에 ‘햇살론’이라는 키워드를 넣으면 카페글 3만7,000여건, 블로그 2만2,000여건, 그리고 지식검색 8만1,000여건이 검색된다. 한 블로그의 글을 클릭하면 햇살론에 대한 설명과 함께 ‘햇살론 승인율 높은 곳 무료 상담받기’가 있고, 이것을 클릭하면 금융회사 상담접수코너로 바로 연결된다. 대부업체거나 대부중개업자가 올린 글이다. ‘의료실비 보험’ 역시 ‘선호도 1위’, ‘상위 1위’라는 제목으로 특정상품을 설명한 글들이 수만 건에 달한다.

정작 금융회사들도 바이럴 광고로 속을 썩고 있다. 잘 활용하면 고객을 유인할 수 있지만 금융상품의 경우 불완전판매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사용후기가 바로 드러나는 소비재와 달리 금융상품은 장기간 가입해야 알 수 있기 때문에 바이럴 광고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삼성화재는 주부와 대학생 등을 상대로 상품을 체험해보고 후기를 온라인에 올리는 체험단을 올해부터 없앴다. 회사 관계자는 “평가가 주관적이고 성의가 없는 글들만 올라와 정작 광고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면서 금융당국이 칼을 빼 들었다. 금융감독원은 30일 금융상품 바이럴 광고가 금융협회의 광고심의를 받는 온라인 광고에 포함되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기로 했다. 또 관련 금융협회에는 금융상품 ‘온라인광고 심의기준(가칭)’을 마련해 심의를 강화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블로그 등의 추천글을 가장한 상업적인 광고심의를 강화해서 소비자 피해 발생을 방지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네티즌들의 순수한 금융상품 사용 후기나 의견 개진도 활성화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