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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남북관계 주도권 안 빼앗기려 '냉온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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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남북관계 주도권 안 빼앗기려 '냉온 전략'

입력
2014.06.3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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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적대행위 중지 특별제안 왜

을지연습 취소 촉구는 연례행사, 수용 가능성 적어 北도 기대 안 할 것

中에 北이 주도한다는 인상 심고 한중 비핵화 논의 방어 의도도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략군의 전술로켓 발사 훈련을 참관했다고 노동신문이 30일 보도했다. 김 제1위원장이 로켓 발사 장면(동그라미 안)을 지켜보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략군의 전술로켓 발사 훈련을 참관했다고 노동신문이 30일 보도했다. 김 제1위원장이 로켓 발사 장면(동그라미 안)을 지켜보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동해 상으로 스커드미사일을 발사한 지 하루 만인 30일 적대행위 중지라는 특별제안을 내놓은 것은 느닷없는 일이다. 통일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은 경색된 남북관계 와중에 북한이 갑작스레 유화제스처를 제시한 배경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압박과 대화의지를 오가는 북한의 이 같은 ‘냉온 전략’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겨냥하면서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뜻으로 일견 분석된다. 하지만 특별제안의 시기나 내용 모든 면에서 뜬금없어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시진핑 방한 겨냥한 과장된 평화공세>

북한의 제안은 사실 그 동안의 주장과 별반 다를 게 없고 우리 정부가 수용하기도 어려운 사항들이다. 인천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한미합동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의 중지를 요구했지만 북한은 매년 UFG의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때문에 북한이 UFG를 문제 삼아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를 번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또 “주장 아닌 주장, 선언 아닌 선언들을 전면 철회하고 동족의 이익을 침해하는 모든 공제체제를 전면 철폐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 역시 우리 측이 수용하기는 어려운 사항이다.

따라서 북한도 실제 우리 측의 수용을 기대하고 이런 요구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북한의 태도는 지난 26일과 29일 각각 방사포와 스커드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수 차례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한 것과 상당히 대조된다. 때문에 이날 북한의 전향적 자세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시 주석의 방한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의 방한 일정에 맞춰 냉온전략을 통해 북한의 존재감을 드러냄과 동시에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중국에 뺏기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의 강온 양면전력은 북한이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중국을 향해 각을 세운 것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논의되는 것을 적극 방어하기 위한 강경책이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북한은 28일 노동신문 1면에 게재한 논설에서 “제국주의자들의 그 어떤 강권 책동도, 대국주의자들의 압력도 우리 국민을 굴복시킬 수 없었다”면서 중국에 결기를 세운 바 있다.

북한이 평화 공세로 전환한 것도 ‘북한의 비핵화’ 논의를 방어하기 위해 한중 양국에게 평화실천 노력을 어필하려는 의도 속에서 해석되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선제적인 대화공세를 통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가져가려 하는 것”이라면서 “중국한테 북한이 판을 주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고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남북관계 개선 돌파구 가능성은?>

일각에서는 북한이 우리 측이 수용하기 힘든 제안을 내민 배경으로 최근 남북 간에 제한적 접촉을 통해 관계개선과 관련한 물밑교감이 진행됐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국방위가 특히 이날 특별제안에서 “7월부터 북남 사이에 예견되고 있는 여러가지 화해와 협력에 관한 정치실무적 일정이 여론화된다”거나 “인천 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해 북남 사이에 활발하게 벌어질 여러 가지 교류와 접촉의 사전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해”라고 언급하면서 이런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남북 간 문제는 당사자 원칙에 의거해서 대화로 풀자는 우회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면서 “남쪽이 성의를 보인다면 교황 방문과 인천 아시안 게임 등을 거쳐 오랜 만에 남북 간 대화 국면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유지한 채 대화국면으로 이끌려는 북한의 전략이 실패할 경우 북한이 다시 미사일 발사 등 무력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익명의 북한 전문가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 전면적 군사행위 중지 요구에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북한이 인천 아시안게임 불참 등을 선언하며 남북 간 다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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