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무너진 사회에서 아름다움을 나누는 이들
7월 1일 한국일보에서 '살만한 세상'을 만나세요
서울시의원이 60대 재력가 살인을 교사한 혐의로 구속되고,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논문표절과 칼럼 대필 의혹의 진창에 빠져 있는데도 “관행이었다”고 항변합니다. 상식이 무너진 세상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같은 하늘 아래 다른 곳에서 사기피해자가 수사 잘 해줘 고맙다고 보내온 수백만원짜리 명품 가방을 거절하는 경찰(▶관련기사)이 있고, 두 달 넘게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을 위해 묵묵히 봉사하는 시민(▶관련기사)이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새로운 지면을 선보이는 7월 1일자 신문의 사회면 1개 면을 ‘착한 뉴스’로 채웁니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 우리 주변엔 상식대로 살고 공동체의 책임을 다하며 이웃을 위해 내 것마저 내주는 선하고 평범한 이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 아름다운 행동에서 우리는 세상이 살 만한 곳이라는 믿음을 되찾게 됩니다. 한국일보 사회부가 착하고 아름다운 뉴스를 보도하는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일보는 사회적 병폐를 고발하는 동시에 사랑의 온기를 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많은 독자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데워 준 한국일보 기사들을 소개합니다.
얼굴없는 후원자들 “상처 잊고 웃어보렴”(2010년 7월 21일자 김혜영기자)
부모님의 이혼과 엄마의 투병, 지독한 가난까지…. 14살 예은(가명)이가 짊어져야 할 짐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초등학교 5학년 때 겪은 학교폭력은 우울증, 언어장애 등의 후유증으로 이어졌습니다. 어둡기만 했던 예은이의 삶에 작은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예은이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은 5,000여명의 얼굴 없는 후원자가 1,500만원의 장학금을 선물했기 때문입니다. 예은이 엄마는 꼭 쥔 손수건이 흠뻑 젖도록 흐르는 눈물을 훔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언어장애를 앓던 예은이가 오랜만에 또박또박 말합니다. “엄마 왜 울어. 이제 나 물감도 사고 붓도 사고 미술연습 실컷 할 수 있겠다. 많이 그릴래.” 눈물 대신 미소를 머금은 경미씨는 딸에게 말합니다. “예은아, 고마우신 분들 세상에 너무 많다. 이 은혜 절대 잊으면 안돼.” 그리고 예은이는 크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자식 잃은 분들이 저를 딸이라 불러요”(2014년 6월 16일자 손현성 양진하기자)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지 두 달. 서은혜씨는 사고 첫날부터 팽목항에서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싸늘한 주검이 들어오는 비통한 장소지만, 서씨의 재기발랄함 덕분에 가끔은 이 곳에도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서씨는 늘 담배꽁초를 줍습니다. 담배 꽁초를 보면 “담배를 피우며 속을 태웠을 가족들이 떠올라 울컥하기 때문에” 담배꽁초를 치워버립니다. 실종자 가족을 꼼꼼히 챙기는 서씨는 이제 그들의 딸로 불립니다. 한 희생자의 아버지는 “진도에서 아들을 잃었지만 딸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서씨는 진도에서 일곱 분의 아버지를 새로 만났습니다.
요즘 보기 드문 ‘바른 청년’(2014년 6월 13일자 채지선기자)
보증금 500만원짜리 방에서 동생과 함께 생활하던 소시민 김유현씨. 출장길에 우연히 종이봉투를 발견했는데, 그 안에는 김씨의 31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거금이 들어있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셨겠습니까? 김씨는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돈 봉투를 경찰에 갖다 주었습니다. 김씨가 아니었다면 또 다른 소시민은 삶의 희망을 놓아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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