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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관피아’가 부른 강원FC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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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관피아’가 부른 강원FC 참사

입력
2014.06.3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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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성 사회부기자/2014-06-30(한국일보)
박은성 사회부기자/2014-06-30(한국일보)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자주 접하는 단어는 ‘관피아’일 것이다. 우리는 공직을 마감한 뒤 자치단체 산하 알짜배기 기관에 재취업 해 전횡을 휘둘러 조직을 망가뜨린 일부 관피아의 행태를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한다.

창단 5년 만에 자본금을 탕진하고, 빚더미 구단으로 전락한 프로축구 강원FC구단도 관피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강원도 고위 공무원 출신인 사무처장 이모(61)씨가 횡령 의혹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특별감사 보고서를 보면, 이씨가 룸살롱 등을 드나들며 모두 220차례에 걸쳐 8,100만원을 썼지만 제대로 사용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그는 근로계약서에도 없는 업무추진비를 편성해 11개월간 3,300만원을 부당 수령했다.

그렇다고 구단 직원들을 제대로 이끌지도 못했다. 한 직원은 화환구입비와 식사비를 제멋대로 부풀리고, 심지어 ‘상품권 깡’을 통해 횡령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강원도가 파견한 공무원(4급)도 월급 외 수당 등을 부당 수령했다. 선수들에게 돌아가야 할 전지훈련 수당도 상당부분 증발했다.

이처럼 관피아가 판치는 사이 강원FC는 자본금 61억 원이 모두 잠식되는 처지에 이르렀다. 이들에게 선수단과의 ‘가교’가 돼야 하는 프로구단 프론트의 본래 역할과 의무는 어디에도 없었던 것 같다. 좀 더 지켜 봐야겠지만 이번 감사에서 일부 확인된 사항만 보더라도 도민들의 주식으로 어렵게 출범한 강원FC 사무처를 장악한 관피아가 얼마나 방만한 경영을 해 왔는지 드러나고 있다.

강원도 역시 이번 사태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타당성 조사도 없이 구단 창단 작업에 들어간 것은 물론, 구단 프론트에 전문가를 앉혀야 한다는 기본적인 사실 조차 지키지 않은 탓이다.

강원도는 2009년부터 강원FC의 방만 경영이 도마 위에 올랐으나 단 한차례도 견제장치를 작동시키지 않았다. ‘구단을 만들면 그 뿐’이라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다. 더구나 구단이 썩고 곪아가는 사이에도 구단 지원비 명목으로 도민들의 혈세를 더 얹어주기에 바빴다. 결국 그 혈세는 관피아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강원도는 ‘제2의 창단’을 목표로 구단의 곪아 터진 부분을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횡령직원들의 수사의뢰는 물론, 프론트에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를 데려와야 한다. 그 과정 역시 지금까지 관피아의 재취업이 아닌 투명한 공채 절차를 거쳐 구단을 살릴 적임자를 모셔오길 바란다. 구단을 해체할 것이 아니라면 구단주인 최문순 강원지사가 직접 나서 전문가를 찾아야 할 것이다. 시간이 없다. 한번 등을 돌린 팬들은 어쩌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 모른다. 팬들의 인내심도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박은성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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