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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사람은 2분50초부터 보시길...
이미 널리 알려져 있듯이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를 두고 벌이는 내부 분열과 내전으로 혼란에 휩싸여 있다. 그러나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평화를 향한 작은 희망을 기대해 볼 수 있었다. 이 동영상은 특히 친러시아 성향이 강한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지역에서 지난 3월 촬영됐다. 오데사는 지난 5월2일(현지시간) 친정부 시위대가 친러 무장세력이 주둔한 건물에 불을 질러 30여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던 곳이다. 이런 사태를 예견한 듯 동영상 속 사람들은 평화를 간절히 기원하는 듯하다. 뒤 늦게 이 영상을 본 사람들도 감동과 평화를 기도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22일 남부 항구 도시인 오데사의 유명 수산물시장인 프리보츠에서 북적거리는 인파를 뚫고 커다란 첼로를 든 시민이 들어섰다. 그는 통로 한쪽에 자리를 잡더니 베토벤 교향곡 9번(합창교향곡)을 독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바로 그의 옆으로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든 연주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선 첼리스트의 연주에 힘을 보탰다. 장보러 나온 시민들이 생뚱맞은 음악에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매장 곳곳에 자리를 잡은 수십명의 오케스트라가 풍성한 음률로 하모니를 이뤘다.
연주 중간쯤 통로 한가운데로 지휘자가 나타나선 손짓을 보냈다. 언제 모였는지 모를 합창단원들이 악기들 사이사이에 서서 '합창교향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선율과 노랫소리는 수산시장을 휘감았고, 시민들은 휴대폰을 들고 동영상을 찍어대며 뜻밖의 선물에 감격해 했다. 5분간의 연주를 끝낸 연주자와 합창단은 시민들의 기립 박수와 환호에 환한 미소로 인사하며 자신들의 깜짝 공연을 자축했다.
수산물시장 콘서트는 오데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오데사 오페라 극장의 합작품이었다. 오케스트라의 호바트 얼(54) 단장은 정치적 대결구도에 반대하며 통합된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형제애를 지지하기 위해 마련한 공연이라고 키예프포스트에 밝혔다. 이날 공연에는 양측 단원 90여명이 참여했다. 얼 단장은 더욱 많은 연주자들이 함께 공연하고 싶어했으나 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좁아 인원을 한정했다고 전했다.
이날 연주곡은 베토벤 교향곡 9번 제4악장으로 독일 시인 실러의 시에 곡을 붙인 '환희의 송가'였다. 얼 단장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을 대표하는 것처럼, 이 곡이야 말로 인류의 자유와 평화, 형제애를 노래하는 대표적인 찬가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수산물시장이 공연무대가 된 이유를 "프리보츠는 오데사 시민들의 상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동영상은 입소문을 타고 번지며 지금까지 15만명 이상이 시청했다. 동영상을 시청한 사람들은 댓글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도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적어도 5분 동안은 평화와 행복이 넘쳤다"고 평가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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