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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입성 막힌 정부 유관단체들 더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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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입성 막힌 정부 유관단체들 더 심각

입력
2014.06.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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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고위직 4자리 공석… 국토부는 전보 인사만 진행

공공기관장 10곳이 공석… 손보협은 부회장이 인사권 행사

경제 부처의 맏형인 기획재정부는 요즘 사람은 넘치는데 공석은 채워지지 않는 기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올 2월부터 행정예산심의관, 관세정책관, 협동조합정책관, 복권위 사무처장 등 무려 4개의 고위 공무원 자리가 비어있는 상황. 이후 중앙공무원교육원과 국립외교원 등에서 1년 동안 교육을 받고 국장급 간부 5명이 기재부로 돌아왔지만 인사가 마냥 늦어지면서 특별한 보직을 받지 못한 채 여러 태스크포스(TF) 업무에 투입돼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초 3, 4월로 예정된 국ㆍ실장 정기인사를 통해 고위공직자들의 보직을 순환하려 했는데 세월호 사태가 터지면서 기약 없이 미뤄졌다”며 “차관급 인사 이후에는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위직 공석이 오래도록 유지되면서 국장의 역할을 해당 국ㆍ실 주무과장들이 대신하는 상황도 이어진다. 급기야 이웃 국ㆍ실장이 행정공백을 우려해 주무과장의 대행 업무를 신경 쓰며 살피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한 간부는 “공석이 채워지지 않으면서 업무공백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시장구조개선정책관과 심판관리관 자리가 “적합한 인물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개월째 공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민간인 출신 적임자를 골라놓고 서류 심사 결과를 안전행정부에 송부해놓은 채 마냥 인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서도 이달 초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유병권 토지정책관의 후임이 미정 상태여서 고위직 공석의 비효율이 직원들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국토부의 한 간부는 “토지정책관은 LH 등 공기업의 부채를 줄이고 경영 효율화에 앞장서는 등 개혁적인 업무를 총괄해야 하는 자리”라며 “벌써 이 같은 작업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신호가 올라온다”고 하소연했다. 김경국 전임 국장이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후 역시 공석으로 남겨진 철도국장의 부재도 부작용이 상당하다. 호남선 KTX 건설, 수서발 KTX 등 철도 경쟁체제 도입과 같은 현안 대응은 물론, 민자철도 관리와 철도관련 예산확보에 있어 이미 추진동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장 광역버스 입석 해소라는 현안을 쥐고 있는 종합교통정책관 자리도 정해지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며 “청와대가 임명하는 고위공무원단 승진인사가 마무리되기까지 전보 인사만 진행되는 중이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관피아’들의 입성이 막힌 정부 유관단체들은 더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올 1월 서종대 사장이 한국감정원으로 옮기기 위해 사표를 내면서 사장 공석이 이어지고 있는 주택금융공사의 김재천 부사장은 눈 코 뜰 새 없는 ‘1인 2역’의 일정을 소화 중이다. 김 부사장은 “주택금융공사의 성격 상 각종 회의에 참석해야 할 일이 많다”며 “사장이 참석해야 할 회의, 부사장이 참석해야 할 회의를 모두 소화하려니 회의에 참석하다 일과를 다 소진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소관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인사의 첫 단계인 공모도 시작하지 않은 상황. 공사 한 관계자는 “김 부사장의 경우 사장과 부사장 몫의 판공비를 모두 받고 있지만 워낙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사용조차 못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10개월 이상 회장 자리가 비어있는 손해보험협회의 장상용 부회장은 얼마 전 회장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어쩔 수 없이 동원, 미뤄온 조직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회장이 없는 동안 부회장이 인사를 하는 사례는 손보협회 68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내부 분위기에 따르면 협회는 장 부회장의 임기인 올 12월까지도 신임 회장이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보협회의 한 인사는 “협회 회장은 업계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고 목소리를 정부부처 등에 끊임없이 전달해야 하는 데 공석이 길어지면서 사실상 이 같은 업무가 올스톱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고 말했다.

1년 가까이 공석인 금융감독원 감사 자리는 이제 ‘없어도 되는 자리’란 인식이 팽배하다. 그 동안 통상 경제 부처 관료 출신이 3억원 안팎 연봉을 받으며 유관기관장으로 나가기 전 3년 동안 거쳐가는 꽃보직으로 통해왔던 자리. 금감원 한 관계자는 “금감원 감사 자리가 하는 일 없이 고액의 연봉만 챙겨가는 자리라는 인식만 확인시켜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인사 지연에 임기가 만료돼도 슬그머니 눌러 앉는 것도 관행으로 자리잡을 태세다. 김병기 서울보증보험 사장은 지난 24일 3년 임기를 모두 마친 상황. 일찌감치 후임 공모에 나섰어야 하지만 서울보증보험은 아직까지도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관피아’ 반대 여론과 맞물려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틈을 타 김 사장이 결국 연임을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통상 금융감독원 출신 등이 주로 ‘낙하산’으로 내려가던 금융권 감사 자리도 “새로운 사람이 뽑힐 때까지 버티자“는 인식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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