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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물대포 논란

입력
2014.06.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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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시위 진압용 물대포 도입 논란이 한창이다. 일간 가디언 홈페이지 검색창에 ‘water’를 치면 ‘water cannon’이 연관 검색어 맨 위에 뜰 정도다. 영국에선 북아일랜드를 제외하고 물대포 사용이 금지돼 있다. 올 초 내무부에 물대포 구입 승인을 요청해 논란에 불을 지핀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은 의회와 시민단체 등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독일 경찰로부터 중고 물대포 3대를 3억7,600여 만원에 사들였다. 물대포는 이번 주 인도될 예정인데, 내무부가 승인을 거부하면 무용지물이 돼 혈세낭비에 그칠 우려까지 있다.

▦ 미국에서 개발된 물대포는 1960년대 흑인 민권운동 탄압에 쓰여 인권침해 논란을 빚었지만 요즘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최근 독일에서 시위 참가자가 물대포에 맞아 실명한 사건으로 경찰관 2명이 법정에 섰다. 국내에서도 1989년 이스라엘제 물대포 2대가 도입된 이래 논란이 잇따랐다. 물대포는 살수 속도가 시속 100km에 달해 근거리에서 직사(直射)하면 매우 위험하다. 파손된 도로시설물에 의한 부상, 동절기 저체온증 등 2차 피해 우려도 크다.

▦ 최근 헌법재판소가 2011년 한미FTA 반대시위 참가자들이 경찰의 물대포 발사에 대해 기본권 침해라며 낸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발사 행위가 이미 종료돼 소 제기의 실익이 없고 근거리 발사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등이 이유인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반면 소수의견을 낸 김이수ㆍ서기석ㆍ이정미 재판관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장비’의 사용근거와 기준에 대해 법에 아무런 규정이 없고, 행진 10여분 만에 발사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위헌으로 판단했다.

▦ 28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쌀시장 개방 반대시위에서 올해 처음으로 물대포가 등장했다. 포물선 발사여서 피해는 없었지만, 시위대가 청와대로 행진하려 한 상황이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 경우였는지는 의문이다. 경찰은 헌재의 각하 결정을 방패로 삼는 대신 명확한 사용 근거와 기준의 법제화에 나서야 한다.

이희정 논설위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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