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어제 한민구 국방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장관 후보자 8명과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들어갔다. 과거 인사청문회가 보여준 숱한 문제점과 구태가 이번에도 거듭될까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지적하고 싶은 것은 청문 대상 후보자와 청문위원인 의원들의 자세 문제다. 한민구 후보자는 의원들이 미리 요청한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서를 청문회 하루 전인 28일 저녁에야 제출했다고 한다. 원 구성이 늦어져 의원들의 청문회 준비가 급했다고는 하지만, 청문회 개회 48시간 전까지 서면질의 답변서를 제출하게 돼 있는 인사청문회법을 어겼다. 과거 한두 번 있었던 일이 아니어서 자주 청문회에서 논란이 벌어졌지만, 아직까지 고쳐지지 않았다. 실정법 조항까지 무시할 정도면 후보자나 정부가 인사청문회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묻지 않아도 알 만하다.
더불어 한 후보자의 도덕성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있는데도 여당 의원의 입에서 청렴결백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은 낯 간지럽다. 연평도 포격사건 대응 문제나 리더십 논란 등 업무능력ㆍ정책 검증이 주를 이룬 어제 청문회는 그나마 다행이었다. 내달 초로 예정된 김명수 사회부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이미 도덕적 흠결이 드러난 일부 장관 후보자들을 두고 여당 의원들이 일방적 ‘방패 청문회’에 나서지 않을까 우려된다. 근거가 약한 의혹 제기나 논리 비약으로 후보자의 낯을 깎아내리거나 인격 침해성 호통에나 매달리려는 야당의 자세도 청문회 무용론을 부추긴다.
인사청문회가 형식절차나 통과의례가 되지 않도록 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야 의원들의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고, 이에 대한 대통령의 진지한 고려와 결정이다. 여야가 정략적 차원에서 적격ㆍ부적격을 분명히 가린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는 것은 책임방기다. 특히 부적격 사유가 두드러진 장관 후보자에 대해 대통령이 청문 결과에 따를 법적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임명을 강행하는 것도 큰 문제다. 자질과 역량을 가늠하고,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 신중을 기하도록 하기 위한 청문회 본래의 취지가 살아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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