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농민회총연맹 등 일부 농민단체들이 지난 주말부터 본격적 쌀시장 개방 반대시위에 들어갔다. 이에 정부는 오늘로 예정된 쌀시장 개방(관세화) 최종 결정을 한달 정도 늦추고,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덧붙이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말로 20년의 쌀 관세화 유예기간이 끝나 오는 9월 말까지 관세화 여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농민단체뿐 아니라 여야의원도 찬반으로 나뉘어 있다. 현재 반대론의 핵심은 의무수입 물량을 늘리지 않으면서 현행대로 관세화 유예를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협상도 해보지 않은 채 미리 관세화 입장을 정해놓고 밀어붙인다고 보고 있다. 또 관세화를 받아들이면 자유무역협정(FTA)이 추가 추진될 경우 관세율이 점차 낮아져 외국산 쌀의 국내시장 잠식은 시간문제라는 게 이들의 논리다.
정부는 관련국에 타진해 본 결과 의무수입 물량의 증가 없이는 관세화 유예를 추가로 따내는 건 어렵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년간 관세화 유예를 인정 받는 대신 의무수입 물량을 늘려와 그 규모가 올해 쌀 생산의 9%(40만톤)로 확대됐다. 이를 다시 연장하면 5년 후엔 그 규모가 94만톤에 달한다. 최근 5년간 관세유예를 받은 필리핀의 경우 의무수입 물량이 기존 35만톤에서 80만톤으로 늘어나고, 관세율도 현행 40%에서 35%로 낮아지는 등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더욱이 오래 전 쌀 시장을 연 일본과 대만은 높은 관세율 덕분에 외국산 쌀의 수입물량이 해마다 수백톤에 그치고 있다.
결국 시장개방이 국익에 더 부합하고, 개방을 두려워해 수십만 톤의 국내 쌀시장을 내주는 건 매우 불합리하다는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농가피해를 최소화할 구체적 대안을 갖고 끝장토론이라도 벌여 반대론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쌀을 FTA협상에서 제외하고, 관세율을 높게 유지하겠다는 약속 등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아울러 농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통해 시장개방이 사회적 약자만 더욱 쥐어짠다는 피해의식을 씻는 데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