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P 총기 희생 진우찬 병장, 부친의 잔인했던 일주일
초등학생 때는 용인시에서 20위 안에 들 정도로 머리가 좋았고, 성균관대 자연과학계열에 입학한 뒤에도 책 읽기와 소설 쓰기를 좋아하던 감성적인 아들이었다. 동생과 하도 붙어 있어서 “너희끼리 이 옮겠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우애도 좋았다.
그 아들이 영정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아버지는 헌화를 하고 아들의 얼굴에 입을 맞추다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1년 전 할아버지 장례식 때 ‘아빠 울지 말아요’라고 다독이던 아들의 말이 떠올라 안 울려고 했는데….”
고 진우찬 병장의 아버지 유호(50)씨는 28일 이렇게 아들을 떠나 보냈다. 강원 고성 일반전초(GOP) 총기난사 희생 장병 5명의 영결식이 엄수된 성남 국군수도병원 연병장에서다. 영결식에는 김관진 국방부장관, 권오성 육군참모총장 등이 참석했다. 희생 장병들은 이날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옮겨져 안장됐다.
제4사병묘역에서 거행된 안장식 때 두 손으로 흙을 쥐어 유골함에 뿌리고 난 유호씨는 지난 일주일을 돌아보며 다시 울컥했다. “지난 일주일은 참 잔인했어요. 22년(아들의 나이)같이 길었지요.”
사고 발생 불과 사흘 전 “곧 휴가를 나간다”고 전화를 걸었던 아들은 시신으로 돌아왔다. 진씨는 사고가 나던 날 집에서 둘째 아들(17)의 등을 밀어줬다. 휴가를 얻어 30일 집에 오는 첫째 아들 등을 밀어주려면 둘째 아들 챙길 시간이 없을 듯해서였다. 다 컸어도 볼에 뽀뽀는 기본이고 목욕도 항상 함께 하던 진 병장은 유호씨에게 아들이자 친구였다.
사망 소식을 듣고 정신 없이 달려간 사건현장은 충격적이었다. 아들은 목에 총상을 입고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우찬아 아빠 왔어. 왜 아무 말도 안 해”라고 소리쳤지만 아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넉 달 전 휴가 나왔을 때 본 게 아들의 살아 있는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는 휴가 복귀할 때 오후 2시 차를 타도 되는데 늦을까 봐 1시간 일찍 보낸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23일 아들의 부검 모습을 보고 그는 또 한 번 무너져 내렸다. 아버지의 도리라고 생각했지만 지켜볼 수 없었다. 서 있기도 버거웠다.
그는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건 희생자들이 가해자처럼 비쳐질 때”라고 했다. “군에서 (임모 병장이 희생자들을) 조준사격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죽을 만해서 죽었다’는 댓글이 달리더라고. 그 와중에 김관진 장관이 ‘집단 따돌림이라는 것이 군에 존재한다’고 말해 희생된 장병들이 임 병장을 왕따시켜 죽은 것처럼 돼 버렸어.”
임 병장의 메모를 공개하지 않기로 하면서 “유족들의 요청 때문”이라고 군이 거짓말 했을 때도 분노를 참기 어려웠다. 생때 같은 아들을 사고로 잃은 것도 억울한데 불명예까지 씌울 수는 없었다. 그는 26일 사과를 하러 온 김 장관에게 “당신은 60만 대군의 아버지인데 (군인들을 보살피는 게) 옆집 아저씨만도 못하다”라며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지금도 철저한 진상 파악만이 진정한 사과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군의 미흡한 대응으로 무기한 연기됐다가 치러진 장례식에서 그는 아들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열악한 환경에 있었던 네게 ‘군대가 다 그런 것이니 참아야 한다’고만 했던 게 마음에 걸리는구나.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과거형을 써야 하는 게 마음 아프지만 하늘에서 우리 가족 잘 지켜봐 줘.”
성남=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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