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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운명의 일주일' 김준기 회장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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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운명의 일주일' 김준기 회장의 선택은?

입력
2014.06.2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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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그룹 주요 계열사 회사채 만기도래 현황/2014-06-29(한국일보)
동부그룹 주요 계열사 회사채 만기도래 현황/2014-06-29(한국일보)

동부그룹의 앞날을 가를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다. 동부제철에 대한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여부가 이르면 30일 결정되고, 동부그룹 비금융계열의 지주회사인 동부CNI는 다음 달 5일 만기가 돌아오는 200억원의 회사채를 막아야 한다. 하나라도 삐끗하면 동부그룹의 연쇄 부도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 7월 2,200억원 회사채 만기… 차환 없이 막기 어려워

동부제철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휴일인 29일 하루 종일 동부제철과의 자율협약 체결을 앞두고 채권단에 속해있지 않은 신용보증기금과 금융투자협회 등에 대한 설득작업을 벌였다. 자율협약을 체결할 경우 다음달 7일 만기가 도래하는 동부제철 회사채 700억원을 차환발행을 통해 채권단이 막아야 하는데 신보 등이 차환발행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 만약 신보 등이 끝까지 거부할 경우 자율협약에 들어간 채권단이 그 금액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자율협약 체결 자체가 무산될 공산이 크다. 채권단 관계자는 “동부그룹은 차입구조가 금융권 여신과 회사채 위주라서 이번 위기만 막으면 회사를 살릴 수 있다”며 “회사채 차환발행이 이뤄져야 채권단의 추가부담 없이 동부제철에 자금 수혈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은은 동부제철이 자구계획 세부이행 계획 등이 담긴 자율협약 신청서를 제출하면 30일 오전 채권단 회의를 열어 동부제철의 구조조정안을 결정하고 자율협약 체결 여부를 결정할 예정. 따라서 신보에 이날 회의 전까지 차환발행 여부에 대한 확답을 제출해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신보 등은 단호하다. 신보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산은과 달리 담보가 전혀 없는 신보는 부담액인 300억원을 고스란히 물어내야 해 결국 혈세가 대기업 구조조정 비용으로 들어가게 된다”며 “동부제철 매각이 어려워지면서 워크아웃 등까지 거론되고 있는 이상 추가 차환발행은 어렵다”고 밝혔다. 동부그룹의 핵심 자구계획인 동부인천스틸(동부제철 인천공장)ㆍ동부발전당진 패키지 매각이 포스코의 거절로 무산된 만큼 다른 구체적인 계획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지원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산은과 신보의 협의가 끝내 무산된다면 동부제철은 결국 워크아웃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동부그룹, 사면초가

동부그룹이 전체 금융기관에서 융통한 대출, 회사채, 기업어음(CP) 등은 총 5조7,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당장 다음달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동부제철 700억원, 동부CNI 500억원 등 2,200억원으로, 올해 하반기를 모두 포함할 경우 총 4,900억원을 갚아야 한다. 동부는 특히 그룹 전반의 신인도가 떨어져 금융권 추가 수혈이 어려운 상황. 게다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평사 모두 동부제철 동부건설 동부CNI 동부메탈을 투기등급인 ‘BB+’ 이하로 신용도를 강등해 회사채 발행 통로까지 꽉 막혔다.

이에 따라 실제 동부CNI는 250억원 규모로 담보부사채를 발행할 예정이었다가 27일 자진 철회했다. 이길호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동부제철 패키지 구조조정 성사 여부가 불확실해지고, 동부하이텍, 동부메탈의 매각 및 대주주의 사재출연 등 자구계획도 지연돼 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험이 고조됐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동부 주요 계열사들은 이번 주부터 잇따라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우선 막지 못하면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당장 동부CNI의 경우 다음달 5일 200억원, 그리고 12일 300억원의 만기 회사채를 갚지 못할 경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행(行)이 불가피하다.

동부 김준기 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동부 김준기 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동부그룹 어떤 카드 내놓을까

결국 동부그룹의 선택에 회사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김준기 회장의 장남 남호씨의 동부화재 지분(14.06%) 등을 담보로 제공하라고 거듭 압박하고 있다. 남호씨의 동부화재 지분은 2009년 우리 하나 외환은행 등에 담보로 제공됐는데, 당시 주가(1만9,500원)보다 시세가 두배 이상 치솟은 5만1,100원(27일 기준)이라 대출금을 제외한 추가 담보 여력이 3,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금융 지주사인 동부CNI의 경우 올해 만기도래 회사채가 총 700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이를 막지 못하면 자회사 경영권까지 상실할 우려가 있다”며 “차환 발행을 위해 담보를 어쩔 수 없이 제공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동부그룹은 “동부발전당진을 조속히 매각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인데도, 자구계획을 실행할 시간을 주지 않고 있다”며 추가 담보 제공에 반대하고 있다. 남호씨 지분마저 담보로 넘길 경우 동부화재 경영권을 채권단에게 모두 내주게 된다는 것. 이 때문에 일각에선 김 회장이 극단적으로 비금융계열사를 모두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동부는 동양과 다르다“ “최악의 경우에도 동부 회사채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는 없을 것이다” 고 강조하고 있지만, 갈수록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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