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가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마권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를 기습적으로 시범 개장해 주민들이 입구를 막아서며 강력 반발했다. 마사회는 시범 개장을 강행키로 해 당분간 충돌이 이어질 전망이다.
29일 ‘용산 화상경마장 입점 저지 주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지역 주민들은 전날 화상경마장 13~15층 개장에 항의하며 이틀째 농성을 벌였다. 주민 60여명은 오전 6시부터 경마가 끝나는 오후 6시까지 방문객 입장을 저지했고, 성백영(58) 성심여고 교감이 방문객과 몸싸움 도중 허리를 다쳐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28일에도 주민 70여명이 오전 8시부터 건물 정문과 주차장 입구 등 세 곳에서 ‘도박 경마장 OUT’ 등 피켓을 들고 방문객을 온몸으로 막았다. 이 과정에서 “내 돈 내고 경마하겠다는데 왜 막느냐”는 방문객과 주민들 사이에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마사회는 28일 10여명, 29일 200여명이 화상경마장에 입장한 것으로 집계했다.
농성에 참가한 보성여고 학부모 황혜원(49ㆍ여)씨는 “마사회가 법적 절차를 따지면서 아무런 말도 없이 기습 개장한 것은 주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지방선거가 끝나고 개장한 것을 보면 계획적인 듯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정방 대책위 공동대표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입점 철회 권고마저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하는 마사회가 어느 나라 공기업인지 의심스럽다. 화상경마장이 도시 외곽으로 이전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오후 기습 개장에 항의하기 위해 마사회를 방문한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홈페이지 등 어떤 곳에도 시범 개장을 알리지 않은 것은 주민들의 믿음을 저버린 행위”라며 “권익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개장을 강행한 것에 대해 당 차원에서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상경마장은 지난해 9월 개장할 예정이었으나 200~300m 반경에 학교 5개가 있고 주택가가 가까워 주민들이 반발해왔다.
하지만 마사회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시범 개장 소식을 주민들에게 사전에 알려야 할 의무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1년 넘게 개장을 미뤄온 만큼 일단 시범 운영해 보고 문제가 발생하면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