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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추자 33년 만에 콘서트, 빛나는 열정 빛바랜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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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추자 33년 만에 콘서트, 빛나는 열정 빛바랜 무대

입력
2014.06.2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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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풍 옷 입고 전성기 화려함 뽐내 '강렬 퍼포먼스엔 열기 후끈'

예전 같지 않은 노래솜씨 아쉬워…불안한 음정에 곡 순서 잊기도

김추자 '늦기 전에' 콘서트
김추자 '늦기 전에' 콘서트

전설은 그냥 전설로 남아야 했던 걸까. 아사코를 세 번째 만난 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고 썼던 피천득 선생의 마음이 그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홀에서 열린 가수 김추자(63)의 컴백 콘서트는 기대와 실망, 반가움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현장이었다.

1970년대 ‘님은 먼 곳에’ ‘커피 한 잔’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등의 연이은 히트로 큰 인기를 누렸던 김추자가 33년 만에 무대에 올랐다. 1980년대 후반 TV 특별 프로그램에 몇 번 출연해 노래한 적이 있고 미국에서 교포들을 상대로 공연한 적도 있지만, 국내에서 개인 콘서트를 크게 연 것은 3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공연장에 중장년 관객이 몰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객석을 채운 3,000여명의 관객 중 어림 잡아도 80% 이상이 50대 이상이었다.

‘늦기 전에’라는 제목이 붙은 공연은 새 앨범 ‘잇츠 낫 투 레이트’의 머릿곡 ‘몰라주고 말았어’로 시작했다. 머리에 밴드를 두르고 아라비안 나이트의 주인공 같은 의상을 입은 그의 모습은 전성기 시절의 화려함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노래 솜씨는 예전 같지 않았다. 새 앨범에서 들을 수 있듯 목소리는 눈에 띄게 두툼하고 거칠어졌다. 굵고 낮은 저음은 묵직하다기보다 고집스럽게 들렸다. 목이 채 풀리지 않은 듯 공연 초반 목소리는 불안정했고 정확한 음정을 찾지 못할 때도 많았다. 강약 조절도 일정치 않았다. 70년대의 김추자와 전혀 다른 가수 같았다.

김추자는 사회자 오상진이 오랜만에 콘서트를 한 소감을 묻자 “기분이 좋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ESP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추자는 사회자 오상진이 오랜만에 콘서트를 한 소감을 묻자 “기분이 좋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ESP엔터테인먼트 제공

두 곡의 신곡 ‘가버린 사람아’ ‘내 곁에 있듯이’를 부른 뒤 전 MBC 아나운서 오상진이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들었다. 사회자가 콘서트를 진행하는 오래 전 방식을 택한 것이다. 오상진과 이야기를 나누던 김추자는 “음악도 좋지만 가정 살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가수 활동을 하지 않았다”며 “그 동안의 시간을 책으로 쓰면 1, 2년도 모자랄 것”이라고 했다.

‘거짓말이야’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무인도’ ‘커피 한 잔’ ‘빗속의 여인’ 등 히트곡이 이어졌다. 객석 분위기도 조금씩 열기를 더했다. 무대에 적응하는 듯 목소리가 점점 제자리를 찾아갔으나 음정이 어긋나는 현상은 멈추지 않았다. 무대 위에서 동선이나 곡 순서를 잊어버리는 일도 있었고 불필요한 이야기를 늘어놓아 사회자가 끊는 등 전체적으로 공연이 어수선했다. 예측을 깨는 자유분방한 퍼포먼스에 객석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두 번째 곡 ‘가버린 사람아’를 부를 때 무대 중앙 계단 위에 앉아 있다가 벌렁 뒤로 누워 두 다리를 ‘V’자로 쭉 뻗어 올린 건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렬했다.

초대 가수로 바비킴과 전인권이 무대에 올라 두 곡씩 불렀다. 인순이는 꽃다발을 들고 무대 위로 올라와 선배의 복귀를 축하했다. 2시간 30분에 이르는 공연은 ‘님은 먼 곳에’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등의 메들리로 끝이 났다. 공연 도중 실망감에 자리를 뜬 관객도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은 마지막까지 온 몸을 흔드는 김추자의 열정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공연 말미 김추자는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예술을 남긴다는데 이제 할 일을 다 해놓았으니 예술을 제대로 해보겠다”고 말했다. 다음 날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공연한 그는 7월 6일 강원 춘천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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