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완전한 통합 주장 융커, 28표 중 26표로 지명 받아
反EU 여론 높은 영국… "탈퇴 가까워졌다" 반발
유럽연합(EU) 통합을 외쳐온 장 클로드 융커(59) 전 룩셈부르크 총리가 영국의 반대를 이겨내고 EU 집행위원장으로 지명됐다.
EU 28개 회원국 정상들은 2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조제 마누엘 바호주 현 집행위원장 후임으로 융커 전 총리를 지명했다. EU 집행위원장은 EU와 관련된 각종 정책을 제안하거나 새로운 법안을 입안하는 권한을 가져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의 대표로, 대통령에 비교되곤 한다.
융커는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19년간 룩셈부르크 총리를 역임했으며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유로그룹(유로화를 사용하는 회원국 재무장관협의체) 의장직을 수행한 대표적인 EU 인사다. EU 공용 화폐인 유로화 도입과 확대에 적극적인 그는 2009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재정난에 빠졌던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을 지원해 사태를 수습하는 데 앞장섰다. 이처럼 융커는 오랜 기간 EU에서 큰 역할을 해와 차기 EU 집행위원장으로 적임자란 평가와 개혁성이 부족한 인물이라는 지적을 동시에 받았다.
융커는 그 동안 EU 회원국 정상들의 합의로 정해온 관례를 깨고 사상 처음으로 표결로 지명됐다. 캐머런 영국 총리가 “유럽에서 반EU 정서가 높아지는 가운데 EU 통합을 주장하는 구시대적 인물인 융커가 EU 수장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논리로 지명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표결에서 융커는 28개 회원국 중 중도우파 진영의 독일, 중도좌파 성향의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포함한 26개국 정상으로부터 찬성표를 얻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만이 반대표를 던졌다.
EU 헌법 격인 리스본조약이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고려해 집행위원장을 선출할 것을 규정한 점도 영향을 줬다. 융커가 대표인 중도우파성향 유럽국민당그룹(EPP)은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전체 751석 중 213석을 얻어 최대 정파의 지위를 유지했다. 융커는 다음달 16일 유럽의회 인준을 받은 뒤 취임한다.
융커를 반대했던 영국의 주요 언론들은 28일 일제히 ‘영국의 EU 탈퇴가 가까워졌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개혁에 소극적인 융커 후보가 집행위원장이 되면 EU 협정을 개정하고 2017년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거쳐 EU에 잔류한다는 장기 전략이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 왔다. 영국은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EU 탈퇴를 주장하는 극우성향의 영국독립당(UKIP)이 1위에 오를 만큼 반 EU 여론이 높다.
캐머런 총리는 표결 후 “융커 지명으로 영국이 EU에 남는 일이 더 어렵게 됐다”면서도 “잔류할 수 없는지 묻는다면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융커의 지명은 EU에 나쁜 일”이라며 “캐머런 총리가 끝까지 반대한 것은 옳았다”고 두둔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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