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강타한 스리백, 브라질마저 침몰할 뻔했다
‘스리백(three- back)’ 전성시대다.
공격적인 축구 흐름에 밀려 자취를 감췄던 스리백 전술이 2014 브라질 월드컵을 강타했다. 스리백은 3명의 수비수가 페널티박스 안을 지킨다. 4명의 수비수를 두고 양 측면 수비수가 공격에 가담하는 ‘포백’보다 수비적인 형태다.
스리백 전술은 이번 대회를 통해 더욱 진화했다. 순간적으로 좌우 윙백이 수비에 가담하면 수비수는 5명까지 늘어난다. 그렇다고 수비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공격 자원과 수비 자원의 명확한 역할 분담으로 역습 과정이 매끄럽다. 후방에서 찔러준 정교한 패스는 전방의 공격수가 받아 빠른 스피드로 순식간에 상대 문전까지 쇄도해 골문을 정조준 한다.
스리백을 구사한 네덜란드와 칠레, 코스타리카가 득세한 반면 스페인,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이 침몰한 이유다. 스리백은 또 16강전에서 개최국 브라질마저 삼킬 뻔 했다. 칠레는 29일(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16강전에서 연장전까지 1-1로 승부를 가르지 못하다가 승부차기에서 2-3으로 브라질에 패했다.
비록 아쉽게 16강에서 탈락했지만 칠레가 보여준 경기력은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쉴 새 없는 압박과 필드 플레이어 모두가 한발 더 뛰는 축구를 했다. 이는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4강 신화를 이뤄낸 태극전사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칠레 선수들이 뛴 거리는 총 145.8㎞로 136.3㎞의 브라질을 압도했다. 선수 한 명이 보통 10㎞ 정도를 뛴다고 가정하면 칠레는 11명이 12명의 몫을 뛴 것이다.
칠레는 곤살로 하라(노팅엄 포레스트)-가리 메델(카디프시티)-프란시스코 실바(오사수나)가 스리백을 구축하고, 마우리시오 이슬라(유벤투스)와 에우헤니오 메나(산토스)가 좌우 윙백으로 공수에서 끊임없는 움직임으로 상대를 괴롭히며 빠른 역습을 전개했다.
칠레는 전반 18분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 다비드 루이스(첼시)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주포 알렉시스 산체스(바르셀로나)가 전반 32분 동점골을 터트려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칠레는 후반에도 강력한 수비와 날카로운 역습으로 브라질과 연장전까지 대등하게 맞섰다. 오히려 연장 후반 15분에는 마우리시오 피니야(칼리아리)가 때린 회심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 나와 브라질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칠레가 120분 동안 보여준 열정과 투혼은 승부차기 패배로 빛을 보지 못했지만 박수 받아 마땅했다.
호르헤 삼파올리 칠레 감독은 “우리 선수와 칠레인들이 자랑스럽다”며 “주최국을 상대로 이처럼 멋지게 싸우고 패했다는 것이 슬프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국가를 대표한 선수들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릎 부상으로 이날 진통제 주사를 맞아가며 87분을 뛴 아르투로 비달(유벤투스)은 “우리는 영혼을 경기장에 남겨뒀다”면서 “최고의 팀들과 겨뤘고, 이제 그들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우리를 다르게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골키퍼 클라우디오 브라보 역시 “모든 것을 바쳤다. 우리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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