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격 시위 끊이지 않자 마지막 날 일정 대폭 축소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 분단 이후 65년 만에 처음 대만을 방문한 중국 장관의 일정이 중국 반대를 외치는 시위대의 기세에 눌려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장즈쥔(張志軍) 주임(장관급) 일행은 3박4일 일정을 마치고 28일 밤 베이징으로 돌아갔다. 장 주임의 대만 방문은 지난 2월 대만 대륙위원회 주임위원이 난징을 찾아와 첫 장관회담의 물꼬를 튼 데 이어 양안 고위급 대화의 틀을 잡는 의미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장 주임은 마지막 날 일정 4개 가운데 가오슝(高雄)시 어항 방문과 타이중(臺中)시 전통가옥 방문, 장화(彰化)현 종교행사 참관 등 3개를 취소했다. 시간을 쪼개 이런저런 행사를 소화하기에도 바빠야 할 사람이 귀국 비행기를 타는 타오위안(桃園) 국제공항에 출발시간 보다 3시간이나 빨리 도착하기도 했다.
방문 기간 내내 대만에서 “중국과 대만은 별개”라며 중국 대표단에 항의하는 과격 시위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대표단이 27일 원주민 마을을 방문하는 과정에서는 진입로를 가로막고 시위를 벌이던 대만 학생운동 단체 소속 대학생 8명이 체포됐다. 대만 대륙위원회 왕위치(王郁琦) 주임위원과 비공식 회담을 위해 이날 밤 가오슝 선셋비치 리조트에 도착한 장 주임의 차량에는 흰색 페인트 봉지가 날아들었다. 경호원은 페인트 뒤범벅이 됐고 이를 본 장 주임의 표정은 굳어버렸다.
한바탕 난리를 치른 뒤 열린 회담에서 왕 주임은 “대만에서는 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지만 결국 다음 날 일정은 대폭 변경됐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장소 방문은 모두 중지됐고 타이중 시각장애인학교 방문 행사만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날 방문하려던 장화현의 종교시설에서는 중국 대표단이 오지 않았는데도 시위대와 지지 단체, 경찰 간 충돌로 부상자가 발생하는 혼란이 빚어졌다. 현지 언론은 장 주임 일행이 방문 마지막 날 안전을 고려해 당초 계획된 고속철도 대신 전용 버스를 이용해 이동했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과 대만은 이번 회담에서 양안 대표기구 성격의 준정부기구 간 사무처 상호 설치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관심인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이번 2차 장관급회담에서도 논의하지 않았다고 양측은 밝혔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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