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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야생노루 포획 허가 1년... 1696마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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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야생노루 포획 허가 1년... 1696마리 잡았다

입력
2014.06.2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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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 "포획량 노루 자연증가치 못 미쳐 더 잡아야"

환경단체 "무턱대도 잡다간 노루 멸종 위기 처한다"

농작물 피해 줄었지만 포획 노루 불법 유통 등 문제도

제주도가 한라산 명물이었던 야생노루를 ‘유해동물’로 낙인 찍은 지 1년 만에 1,690여 마리를 포획했다. 지난해 “노루 피해가 없는 마을이 없을 정도”라는 농민들의 아우성이 빗발치자 야생노루 포획을 허가한 결과다. 덕분에 올해 노루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크게 줄었다. 하지만 제주 전역에 서식하고 있는 노루 수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노루 포획이 계속되면서 일각에선 “머지않아 제주에서 노루가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가 노루 포획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 1일. 야생노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농작물 피해가 급증하자 인위적인 개체 수 조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3월 도는‘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 조례’를 만들어 야생노루를 유해동물로 지정, 총기류나 그물, 생포용 틀, 올무 등을 이용해 포획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무분별한 포획을 막기 위해 포획 대상을 해발 400㎙ 이하의 피해 농경지 반경 1㎞ 이내에 서식하는 노루로 한정했다. 포획 시기도 2016년 6월 30일까지 3년으로 제한했다.

포획작업은 대부분 대리포획 단체로 지정된 야생생물관리협회 제주도지부 회원 등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이들이 지난해 포획 허가 이후 이달 22일까지 잡아들인 노루는 모두 1,696마리에 달했다. 하루 평균 4.8마리를 잡은 셈이다.

그러나 노루 포획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은 여전하다. 환경단체 등은 “제주도내 전체 노루 수나 적정 개체 수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무턱대고 포획을 하다가는 되레 개체 수 조절에 실패해 제주에서 노루가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노루 포획에 앞서 노루 개체 수와 적정 서식밀도 등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농민단체들은 노루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극심한 데다, 제주 전역의 노루 수가 2만5,70마리(2011년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 표본조사 기준)로 적정 개체 수인 3,000여 마리보다 7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된 만큼 개체 수 조절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 노루로 인한 농작물 피해보상금 규모는 2011년 261농가 3억9,000만원에서 지난해 369농가 5억6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포획 사업 덕분에 5월 말 현재까지 54농가 6,400만원에 그쳤다. 농민단체들은 “지난 1년 동안 포획 실적이 노루의 자연증가 추정치(연간 3,500여 마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포획 작업을 더 확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이처럼 노루 포획 사업이 농작물 피해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포획된 노루의 불법 유통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대부분 사살된 노루가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지만 마땅한 처벌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도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 조례를 통해 포획된 노루의 경우 자가소비 또는 지역 주민에게 무상 제공하거나 소각 매립하도록 하되, 상업적 거래는 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포획한 노루를 돈을 받고 팔더라도 이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어 노루 포획 사업이 자칫 야생노루 불법 유통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도는 포획 노루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해 축산물위생관리법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유해동물로 지정한 노루를 가축으로 보기도 어려워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포획된 노루 중 971마리는 자가소비, 689마리는 대리포획자 처리, 25마리는 매립 처리됐으며, 생포는 11마리에 그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올해부터 무인헬기 등 첨단 장비를 이용해 제주도 전역을 대상으로 노루 개체 수 전수 조사와 노루 생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제주의 야생노루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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