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짚기 뒤집기]
동영상 이용 풍성해진 무대
인간ㆍ기술 공생의 힘 보여 줘
장애인 극단 다빈나오의 세 번째 작품 ‘아름다운 사막’이 막을 내렸다. 27~29일 사흘간의 무대는 연극이 우리 시대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입증해 보이려는 발언대였다.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만드는 무대는 이미 극장 밖에서 시작되고 있었는지 모른다.
서울 대학로 서완소극장 앞은 공연 시작 전부터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로 붐볐다. 지체 장애인들이 가족, 친지와 함께 마치 소풍이라도 나온 듯 대화하고 있었다. 극단 측의 배려로 그들은 다른 관객보다 먼저 입장했다. 맨 앞자리는 우선적으로 시각 장애인들의 몫이었다. 극장은 금새 만원. 그러나 무대는 객석을 강하게 흡인해 더위가 들어설 틈을 주지 않았다.
연극에서 사막에 불시착한 배우는 비장애인. 그는 마치 서사극의 화자처럼 무대 전체를 이끌어 갔다. 뇌병변 장애 1급, 시각 장애 1급 등으로 분류되는 이 극단 소속 배우들이 어린 왕자 등을 연기했다. 이들은 무대 역할이 끝나면 오른편의 작업 공간으로 돌아가 영상 조작 등 스태프 역할을 했다. 그렇다고 이들의 드나듦이 객석의 몰입을 차단한 것은 아니다. 경극이나 산대놀이에서 인형을 조작하는 사람들이 관람에 조금도 지장을 주지 않듯, 이들은 무대의 자연스런 일부였다.
2005년 창단해 뮤지컬 등 각종 형태의 무대를 소화해 온 이 장애인 문화 예술 극단은 이 소박한 무대에 첨단 테크놀로지를 도입, 또 다른 확장의 가능성을 보였다. 무대, 영상, 미디어 조작 등 세 부분으로 나뉜 무대 구성 요소들을 서로 긴밀하게 맞물리면서 인간과 기술의 공생을 보여주었다.
오른편에서는 연기를 마친 배우들이 직접 간단한 그림을 그리거나 이미 제작된 애니메이션 또는 인형극을 영상으로 내보냈다. 원작에서 생텍쥐페리가 그려 보인 유명한 그림들은 그렇게 해서 살아 났다. 비행기가 사막에 불시착하는 모습이나 동화적인 풍경 등 작은 무대에서 사실적으로 실현되기 힘든 이야기들이 그 같은 동영상을 통해 무대에 구현됐다. 극단 측은 이를 두고 ‘미디어 드로잉’이라고 했다.
커튼콜 대목. 어린 왕자로 분한 뇌병변 장애 배우가 맨 마지막에 등장하자 환호가 터졌다. 그가 휠체어에 있는 무언가를 애면글면 찾았다. 한참을 지켜보던 옆의 배우가 스위치 같은 것을 켰다. 순간 샛별 같은 전등 빛이 터졌다. 보다 큰 환호. 혼자만 빛나길 바라는 우리 시대, 이 극단은 그렇게 모두 함께 ‘다 빛나는’ 세상을 꿈꾼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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