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인근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시공사의 할인분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상 분양으로 입주한 주민들이 “집값 폭락이 우려된다”며 집단 시위에 나서고 있고 한 주민은 분신을 시도해 숨졌다.
29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인천공항 인근 영종하늘도시에 조성된 H아파트(총 1,350가구) 건설사는 입주율이 30% 대에 그치자 5월말부터 미분양 물량에 대해 할인분양을 실시하고 있다. 할인율은 22~30% (3.3㎡당 210만~300만)정도이며, 현재까지 300가구가 할인 분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입주민들은 할인분양 중단을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6월 중순부터 매일 해당아파트 단지입구에서 30~50명씩 모여 집단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난 17일 오후 1시20분 시위를 하던 영종하늘도시 총연합회장 정모(55)씨가 분신을 시도해 중태에 빠졌다가 지난 23일 숨지기도 했다.
입주민들은 “영종도는 3월 외국인 카지노 허용과 투자이민제 확대 등 잇단 개발호재로 분양열기가 확산되고 있는데 건설사의 할인분양은 이에 대해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기존 아파트 값을 폭락시키는 등 분양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만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재훈 영종하늘도시 총연합회 부회장은 “할인분양을 중단할 수 없다면 할인분양과 기존 정상분양의 차이를 메워 줄 수 있는 정책적 배려를 해주거나 기존 입주민에게도 똑 같은 혜택을 줘야 할 것”이라며 “경찰의 과징진압에 대해서도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은 지난 22일부터 매일 오후 7시30분 아파트단지 후문에서 할인분양을 저지하는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는 “부동산경기 침체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아파트 미분양에 따른 자금 회수에 어려움이 있어 궁여지책으로 할인분양에 나서고 있다”면서 “기존 입주자들을 위한 혜택 등 대책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청라국제도시 B아파트 입주자들은 지난해 시공사가 계약 해지분에 대해 15~20% 할인 분양 하자 집단 반발했다. 인근 H아파트와 송도국제도시 L아파트도 입주자와 시공사 간 여러 차례에 충돌하는 등 송도와 청라 곳곳에서 할인 분양에 대한 마찰이 반복됐다.
송원영 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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