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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개업'…믿고 보는 '트랜스포머'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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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개업'…믿고 보는 '트랜스포머' 시리즈

입력
2014.06.2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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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메인 포스터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메인 포스터

우선 질문 하나. 국내 극장가에서 가장 성공한 시리즈 영화는 무엇일까. ‘엑스맨’ 시리즈가 나쁘지 않은 흥행성적을 거뒀으나 이 시리즈만은 못하다. 최근 국내에서 환대를 받은 ‘아이언맨’ 시리즈도 이 시리즈 앞에서 머쓱해진다. ‘아이언맨’ 은 지난해 3편이 900만1,309명을 모으며 시리즈 누적 관객이 1,800만 명에 육박했다.

답은 ‘ 트랜스포머 ’ 시리즈다. 1~3편이 2,600만명 가까운 관객을 불렀다. ‘아이언맨’ 시리즈보다 800만 가량이 더 찾았다. 편당 관객수를 따져봐도 고르고 알차다. 1편인 ‘트랜스포머’ (2007)이 744만531명을 모았고, 2편 ‘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이 750만5,700명을 불러들였다. 3편인 ‘트랜스포머3’ (2011)는 778만5,189명이 봤다. ‘전편만한 속편 없다’는 국내 극장가 속설을 무너뜨리며 매번 관객수를 조금씩 늘려왔다. 시리즈 영화가 사실상 존재치 않는 충무로 영화와는 비교조차 하기 힘들다(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 시리즈도 ‘트랜스포머’ 의 흥행 실적에는 못 미친다). '트랜스포머'는 한국에서 편애라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유독 한국에서 흥행이 잘 되는 이유를 분석하려는 시도도 여럿 있었다. 변신로봇에 대한 어른들의 추억과 가족영화시장의 확대가 주요 요인으로 언급됐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성공에 도취할 만도 한데 시리즈 4편인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는 신장개업으로 돌아왔다. 감독과 주요 로봇 캐릭터를 제외하면 다 바꿨다. 일단 출연진부터 다르다. 청춘 스타 샤이아 라보프가 퇴장했고 중년 배우 마크 월버그가 스크린 중심에 선다. 젊은 남녀의 달달한 사랑이 로봇들의 화려한 액션과 맞물린 전편들과 다른 이야기 전략을 택했다. 홀아비 예거(마크 월버그)와 고교생 딸의 갈등과 화해를 디딤돌로 전형적인 가족 드라마를 연출한다. 인간 편에선 선한 로봇 오토봇의 지도자 옵티머스 프라임 등이 인간에게 쫓기면서 벌어지는 활극이 가족 그라마에 포개진다. 발명왕 예거가 옵티머스 프라임을 구하면서 미국 정부와 대기업이 벌이는 음모가 조금씩 드러나고 액션의 부피도 크기를 키우게 된다.

여러모로 볼거리에 집중한 영화다. 이야기는 별 의미 없다는 듯 간단히 처리하고 로봇들의 화려한 외양과 변신할 때의 모습,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울 때의 섬세한 로봇 몸짓에 초점을 맞춘다. 로봇들은 고가다리 위로 날아다니며 발차기를 하기도 하고 화려한 총격전을 펼치기도 한다. 자동차와 로봇을 오가는 기존 트랜스포머의 틀을 벗어나 공룡과 로봇을 오락가락하는 새로운 변신 로봇까지 등장시킨다. 공간적 배경도 다양해졌다. 미국 도시 시카고를 때려부수는 것도 모자라 베이징을 주요 장소로 추가하고 홍콩을 재난의 도시로 변모시킨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빈약한 이야기가 신경 쓰였는지 유머를 곳곳에 배치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이 자신의 옛 작품 '아마겟돈'을 패러디 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예거가 천신만고 끝에 딸을 구출하는데 딸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은 남자친구에게 뛰어가 안긴다. 아버지가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을 막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직후인데도 우주 작전을 수행하고 돌아온 남자친구를 웃음 가득한 얼굴로 껴안는 여자의 모습으로 마지막을 대신했던 '아마겟돈'이 떠오를 수 밖에 없는 장면이다.

'트랜스포머'와 무관한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희화화도 등장한다. 트랜스포머의 모든 변신 로봇은 미국 자동차 회사 GM의 브랜드 쉐보레 차량들이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에는 영국차 미니쿠퍼가 등장하는데 작고 볼품 없는 모양새로 그려진다. 이 차를 모는 예거의 조수는 느린 동작 때문에 끔찍한 죽임을 당한다. 영화 속 유일하게 사람이 죽는 장면의 희생자인데 은근히 미니쿠퍼의 성능을 조롱하는 비유로 읽힌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트랜스포머'의 위력 때문인지 다른 개봉작들은 없다. 대신 한국영화 '끝까지 간다'의 선전이 눈길을 잡는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끝까지 간다'는 27일까지 292만 관객이 찾았다. 꾸준히 일일 박스오피스 2,3위를 오르내리면 거둔 흥행 성적표다. '짧고 굴게'라는 충무로의 흥행 트렌드와는 정반대로 가늘고 길게 흥행하는 슬리퍼 히트라 더 관심을 끈다. 제목대로 흥행전선에서 끝까지 가는 모양새라 흥미롭다. 스웨덴 동명 원작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도 주목해야 할 작품이다. 27일까지 16만 관객을 모으며 예술영화 시장에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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