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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의 외고집 리더십, 참패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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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의 외고집 리더십, 참패 불렀다

입력
2014.06.2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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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월드컵 16강 탈락…왜 1승도 못 얻었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한국과의 벨기에의 경기가 열린 27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전반전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한국과의 벨기에의 경기가 열린 27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전반전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정 선수 묻지마 애착 해외파 의존 협소한 선택 용병술서 이미 좌초 예견

선수단 리더 육성 소홀 상대 전력 분석도 헛짚어 리더십 중요성 다시 묻게

기대는 컸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 진출을 꿈꿨던 홍명보호(號) 이야기다.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에서 한국은 1무2패로 고개를 떨궜다. 1998년 프랑스대회 이후 16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짐을 싸야 했다. 전문가들은 홍명보호의 최대 패인(敗因)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선수기용에 방점을 찍는다. 유독 특정 선수만을 고집하는 용병술에서 홍명보호의 ‘좌초’는 이미 예견됐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지나치게 해외파에 의존하는 협소한 인재풀도 단합을 저해했다는 비난을 불러 일으켰다. 실제 엔트리 23명중 국내파는 골키퍼 3명을 포함해 6명에 불과했다.

선수단 리더를 키우지 않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홍감독의 트레이드 마크는 카리스마다. 그 자신 선수시절 그라운드 내에서 사실상 감독역할을 대행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사령탑으로서 홍명보는 달랐다. 경기장 밖에선 감독이 전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운동장에선 선수들에게 맡겨야 한다. 그러나 심판의 휘슬이 울리자 홍명보호에는 키즈들만 바삐 움직였고, 현장을 지휘할 리더는 보이지 않았다.

홍 감독은 지난해 6월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한 뒤 최종 엔트리 발탁 기준을 제시했다. 아무리 이름 값이 있는 선수라도 소속 팀에서 출전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대표팀에 뽑지 않겠다는 원칙이다. 하지만 홍 감독은 스스로 원칙을 깼다. 소속팀에서 단 11분 출전에 그쳤던 박주영(29ㆍ전 아스널)을 최종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박주영의 경기력 논란이 불거졌지만 “그 만한 골잡이가 없다”며 밀어붙였다. 홍 감독은 월드컵 직전에 열린 튀니지, 가나와의 평가전에서도 기대 이하의 플레이를 펼쳤던 박주영을 무조건 신뢰했다. 그러나 박주영은 러시아와의 1차전, 알제리와의 2차전을 선발 출전했지만 보여준 것은 슈팅 1개가 전부였다. 오히려 박주영을 대신해 교체 출전한 이근호(29ㆍ상주 상무)가 러시아전에서 선제골, 알제리전에서 도움을 기록했다. 홍 감독은 그러나 박주영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감쌌다. 하지만 용병술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박주영을 벨기에전에서 제외했다. 교체 카드로도 쓰지 않았다. 뒤늦게 선수기용이 잘못됐음을 시인한 셈이다.

27일 오전(한국시간) 상파울루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한국 대 벨기에 경기. 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0대1로 패한 뒤 눈물을 쏟는 손흥민을 위로하고 있다.연합뉴스
27일 오전(한국시간) 상파울루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한국 대 벨기에 경기. 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0대1로 패한 뒤 눈물을 쏟는 손흥민을 위로하고 있다.연합뉴스

홍명보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두 차례 해외 전지훈련을 실시했다. 지난 1월에는 3주간 브라질과 미국으로 이어지는 전지훈련을 했고, 지난달 30일에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마지막 담금질을 했다. 10억원 예산이 책정된 1차 전훈은 무용론까지 나왔다. 유럽에서 뛰는 해외파가 빠진 만큼 큰 의미가 없었다. 최종 엔트리에 빠질 것이 확실한 선수들에게 괜히 돈만 썼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2차 전훈도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홍 감독은 브라질과 기후 여건이 비슷한 마이애미에서 적응 훈련을 하는 것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케다 세이코(일본) 피지컬 코치는 가나와의 평가전을 마친 뒤 러시아전에서는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조별리그 3경기에서 보여준 태극전사들의 몸은 너무 무거워 보였다. 마이애미에서 일주일간 체류 한 것이 약이 아닌 독으로 작용한 것이다. 또 마이애미로 출국하기 바로 전날, 브라질 풍토병인 황열병 예방 주사를 맞은 것도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당초 알제리를 1승 ‘제물’로 꼽았다. 이를 위해 평가전 상대도 아프리카 팀들을 선택했다. 국내 최종 평가전에서는 튀니지(48위), 마이애미 전훈기간에는 가나(37위)와 평가전을 가졌다. 하지만 평가전을 통해 자신감만 상실했다. 월드컵 본선에도 오르지 못한 튀니지와의 홈경기에선 경기의 주도권을 빼앗긴 채 0-1로 맥없이 무너졌다. 가나와의 경기에선 0-4 참패를 당하는 수모도 겪었다. 수비와 공격 모두 허점 투성이였다.

홍 감독은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다”고 애써 자위했다. 그러나 태극전사들의 충격은 오래갔다. 평가전을 통해 자신감을 잃은 대표팀 선수들은 조별리그에서 위축된 플레이를 펼쳤다. 강호들과 붙어도 뒷걸음치지 않는 저돌적인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전력 분석도 잘못됐다. 홍 감독은 자신이 코치 연수를 받은 러시아의 안지 마하치칼라 클럽에서 코칭스태프로 한솥밥을 먹은 안톤 두 샤트니에(네덜란드)를 전력 분석 코치로 영입했다. 그러나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알제리는 절대 1승 상대가 아니었다. 개인기가 탁월한 알제리보다는 오히려 러시아전에 승부를 걸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지 상파울루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한국 축구국가대표팀과 벨기에 축구국가대표팀의 H조 3차전 경기에서 한국 홍명보 감독과 코칭스테프가 패색이 짙어지자 굳은 표정으로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H조 조별리그 3경기에서 1무2패, 승점 1점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뉴시스
27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지 상파울루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한국 축구국가대표팀과 벨기에 축구국가대표팀의 H조 3차전 경기에서 한국 홍명보 감독과 코칭스테프가 패색이 짙어지자 굳은 표정으로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H조 조별리그 3경기에서 1무2패, 승점 1점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뉴시스

노우래 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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