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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작가에 인문적 교양까지 듬뿍… 여행서 백가쟁명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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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작가에 인문적 교양까지 듬뿍… 여행서 백가쟁명 시대

입력
2014.06.27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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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매년 10월에 열리는 열기구 축제는 800개의 열기구가 하늘에 떠오르는 장관을 보여 준다. 여행은 뉴멕시코주의 열기구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공중 위로 떠올린다. '축제 여행자'에 담긴 사진이다. 민음인 제공.
미국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매년 10월에 열리는 열기구 축제는 800개의 열기구가 하늘에 떠오르는 장관을 보여 준다. 여행은 뉴멕시코주의 열기구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공중 위로 떠올린다. '축제 여행자'에 담긴 사진이다. 민음인 제공.

문학평론가·소설가 내놓은 여행기 개인정취·토속 음식 정보가 생생

고대 유적·뮤지컬·고양이 찾아서 취미와 여행의 만남

유럽 횡단 특파원, 재혼 부부 유랑기 인생의 황혼기에 찾아 나선 여행

여름이다. 휴가철이다. 산으로 바다로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을 겨냥한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역 정보만 무뚝뚝하게 구겨 넣은 실용 여행서보다 특정 주제를 정해 세계 문화를 소개하는 여행에세이가 대세다. 최근 서점을 찾은 개성만점 여행 신간들은 가히 여행서 백가쟁명의 시대를 반영한다 할 수 있다. 스타작가를 내세우고 전문화를 앞세워 출판시장 틈새를 노린다. 여행을 앞둔 독자들에겐 인문학적 교양까지 선사하는 안내서들이다.

스타 작가 만들기

최근 여행서는 스타 만들기에 골몰하고 있다. 한비야(‘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와 이병률(‘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등 2000년대 초반의 스타 여행 작가들이 여행에 방점을 뒀다면 최근엔 작가에 힘이 실린다. 여행작가가 여행서를 내놓으며 스타의 자리에 오른 반면 최근엔 작가의 유명세에 기댄 여행서가 강세를 나타내는 모양새다.

올 상반기 최고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이 대표적이다. 일간지 기고와 방송 출연 등으로 인지도가 높은 문학평론가 정여울씨의 유럽 탐방기를 담았다. 하반기를 앞두고 2편 격에 해당하는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 10’(홍익출판사 발행)이 나왔다. ‘내가 사랑한…’처럼 정씨가 찾은 유럽 관광지에 대한 개인적 정취와 도시 풍광, 토속 음식에 대한 소개가 담겼다.

‘당신에게, 몽골’(꿈의지도 발행)엔 스타 만들기의 노력이 엿보인다. 소설가 이시백씨와 사진가 이한구씨의 협업으로 몽골의 삶과 자연을 지면에 펼쳤다. 몽골인의 집인 게르와 낙타 티메, 몽골 말 등 39가지를 열쇠 삼아 몽골로 향하는 문을 연다.

좀 더 세분화된 테마

2000년대 후반부터 여행서는 전문화의 길을 걸었다. 특정 장소의 풍광에만 집착하지 않고 뮤지컬이나 영화, 축구, 와인 등 개인의 취향이나 취미가 여행과 만났다. 이른바 테마 여행서들이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요즘 테마 여행서들은 좀 더 세분화되고 있다. 아일랜드의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 대학 철학교수 출신의 존 개스킨이 저술한 ‘여행자를 위한 고전철학 가이드’(현암사 발행)가 이런 경향을 대변한다. 고대 그리스의 문화와 사상을 일별했는데 고대 유적 앞에서 설명하는 듯한 서술법을 택했다.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질 서양 고전철학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 전략이다.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북폴리오 발행)는 고양이를 찾아나선 여행서다. ‘안녕 고양이’ 시리즈로 고양이에 대한 책들을 즐겨 내온 작가 이용한씨가 지었다. 모로코와 터키 이스탄불 등 6개국 30여 곳의 고양이들을 붓 삼아 각 지역의 삶과 풍경을 그렸다. 해외 여행에 목마른 애묘인들을 겨냥한 여행서다.

‘축제 여행자’(민음인 발행)는 축제와 여행을 결합해 틈새를 파고들려 한다. 뮤지컬 ‘뮤직 인 마이 하트’와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등에 출연하고 미국에서 활동 중인 배우 한지혜씨의 세계 축제 유람을 기록했다. 세계 최대 대중음악축제인 영국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과 브라질 리우 카니발 등 10개의 유명 축제를 지면에 옮겼다.

‘꽃할배’의 선구자들

지난해 여름 첫 방송된 여행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시리즈가 여행서에 미친 영향은 크다. 방송에서 소개된 대만과 스페인, 크로아티아에 대한 여행 안내서가 쏟아졌다. 최근엔 ‘꽃보다 할배’ 붐에 기대 노년 저자들의 여행기를 옮긴 책들이 선보이고 있다.

‘지구 세 바퀴 거리를 뛴 자동차 여행’(시대정신 발행)은 60세가 넘어 직접 차를 몰고 유럽 대륙 등을 여행한 권태명 동아출판사 사장의 유람기다. 언론사 특파원 출신답게 간략하면서도 서정적인 문체로 미국과 일본, 중국의 자연과 문화를 담았다.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글담 발행)는 미국판 ‘꽃보다 할배’에 해당한다. 평범치 않은 애정사를 거친 한 미국 노부부의 남다른 사연이 담겼다. 젊은 시절 서로를 사랑했으나 다른 이성과 결혼한 뒤 노년에 재결합한 부부 린 마틴과 팀 마틴이 70줄에 시작한 세계 유랑기다. 인생 황혼기에 이른 남녀의 깨달음이 여행지와 어우러져 색다른 감흥을 준다.

여행전문출판사 꿈의지도의 김산환 대표는 “여행 정보가 인터넷으로 많이 공유되면서 여행 안내서 판매량은 저조한 편”이라며 “작가들의 다양한 경험을 다양한 시각으로 전하는 등 여행서들의 소재가 점점 더 세밀해지는 게 최근의 경향”이라고 분석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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