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파문 반복하다… 세월호 참사 책임론 어영부영 물밑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정홍원 국무총리를 유임시키고 김기춘 비서실장을 사실상 재신임키로 함에 따라 ‘세월호 책임론’은 실종되고 말았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눈물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적폐’를 도려낼 새 총리를 찾아 국정을 정상화하겠다던 약속을 스스로 거둬들인 결과로 청와대를 포함한 정부 인사 누구도 세월호 참사를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7일 정 총리 유임 결정에 대한 총공세를 펼쳤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솔직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 정 총리 유임을 결정한 이유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도 “세월호 참사에 후안무치한 것 같아 물러나겠다고 한 총리가 ‘도루묵 총리’로 돌아왔다”며 “바람 빠진 재생타이어로 굴러가는 듯한 대한민국에 어떤 희망이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정균환 최고위원은 “전 국민의 대통령이 되려면 새누리당을 떠날 준비를 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박 대통령의 탈당까지 요구했다.
정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지 60여일만에 유임이 결정되면서 정부 고위급 인사 가운데 세월호 참사로 물러나는 방식으로 책임지는 사람은 하나도 없게 됐다. 선박 안전관리를 직접 담당하는 해양수산부의 경우 이주영 장관이 사의를 표시했지만 2기 개각에서 유임으로 결정났고 안전사고 책임 부서인 안정행정부는 유정복 전 장관이 6ㆍ4지방선거에 차출되면서 책임론을 비껴갔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이 약속한 책임총리를 찾는데 잇따라 실패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도 책임론에서 제외됐다. 청와대는 후보자 검증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인사수석실 신설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김 비서실장을 지키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이미 있던 인사위원회도 작동을 안 하는데 인사수석실을 만든다고 뭐가 달라지겠냐”며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권 주변에서도 책임론 실종을 비판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정 총리 유임 결정에 대해 “대통령이 마음대로 하면 그만이지, 뭐”라고 사실상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새누리당 비대위원 출신의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전날 “개혁이라는 것은 집권 초기에 해야 되는데 이렇게 되면 지금 이미 상당히 레임덕 같은 현상이 확실하게 왔지 않았나”라며 레임덕까지 거론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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