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영화, 관객의 생각은
적나라해 낯 뜨겁고
주요 장면 흐리게 처리해도 약점
극장 안 가고 불법 다운로드
18일 개봉한 ‘님포매니악 볼륨1’은 개봉되기 오래 전부터 세간에 화제를 모았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스타가 된 샤이아 라보프와 프랑스의 대표 여배우 샤를로트 갱스부르 등 유명 배우들이 많이 등장해서만은 아니다. 이들 배우가 성기 노출을 불사하며 침실 장면을 여럿 촬영하면서 갖은 소문을 낳았다. 배우들이 출연하기 전 성기 사진을 감독에게 보냈다는 풍문까지 떠돌았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당초 ‘님포매니악 볼륨1’을 제한상영가 등급으로 분류하면서 눈과 귀가 더 쏠렸다. ‘님포매니악 볼륨1’은 성기 등을 흐리게 처리하는 방식으로 아무런 장면 삭제 없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개봉하게 됐다. ‘님포매니악 볼륨1’의 감독은 덴마크의 라스 폰 트리에다. 전신마비 남편의 치료를 위해 마을의 남자들과 잠자리를 하는 한 백치 여인의 사연을 그린 ‘브레이킹 더 웨이브’와 성기 훼손 장면 등이 들어간 ‘안티크라이스트’ 등 만드는 영화마다 논란을 이끌었던 문제적 감독이다.
화제를 뿌렸으나 흥행은 뜨뜻미지근하다. 26일까지 3만7,043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님포매니악 볼륨1’을 봤다. 전국 231개 스크린에서 개봉했으나 26일엔 54개 스크린에서만 상영했다. 유난한 노출로 세인의 눈길을 잡긴 했지만 정작 ‘대박’으로까진 이어지지 못한 모양새다. 2편 격에 해당하는 ‘님포매니악 볼륨2’가 다음달 3일 개봉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나 흥행몰이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화계에선 야한 영화의 역설이라는 말이 나온다. 낯뜨거울 정도의 노출이 너무 많아 되려 관객들이 적게 찾고 있다는 것이다. 제 아무리 예술성이 높은 성애 영화라 해도 국내 관객들의 정서를 감안하면 극장 가기를 꺼릴 수 밖에 없다고 영화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영화홍보 전문 마케팅 회사 대표는 “‘님포매니악 볼륨1’이 화제가 워낙 많이 됐기에 사람들이 오히려 ‘무슨 문제 있냐’는 식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기 민망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주요 장면을 흐리게 처리한 점도 ‘님포매니악 볼륨1’의 약점으로 꼽힌다. 노출이 심한 장면에만 관심 있는 대중은 굳이 극장을 찾아 허탈감을 느끼기보다 불법 다운로드로 욕구를 충족시키기 마련이다. ‘안티크라이스트’가 대표적인 최근 사례다. ‘안티크라이스트’는 2009년 칸국제영화제에서 무삭제판이 첫 상영됐을 때 커다란 논란을 일으켰다. 국내에선 문제가 된 장면들을 편집해 2011년 개봉했는데 전국에서 3,915명이 관람했다. 무삭제판을 불법 다운로드로 본 대중이 많아 관객 수가 예상보다 적었다는 분석이 당시 따랐다.
2011년 개봉한 국내 독립영화 ‘엄마는 창녀다’(감독 이상우)도 비슷한 경우다. 극장에선 불과 523명이 봤으나 자극적인 제목 때문에 수십만 건의 불법 다운로드로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됐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님포매니악 볼륨1’이 극장에선 흥행 부진을 보였으나 주문형비디오(VOD) 시장에선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술영화이긴 하나 외설영화 형태로 소비되는 경우”라는 것이다.
야한 영화가 극장에서 흥행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유명 영화제 수상이 우선으로 꼽힌다. 노출이 심하거나 침실 장면이 너무 노골적이어도 예술영화라는 명확한 ‘근거’로 제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영화가 ‘색, 계’다. ‘와호장룡’ 등으로 유명한 리안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2007년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감독의 지명도와 유명 영화제 주요 상 수상을 발판 삼아 침실 장면에 대한 수위 논란을 넘어서 예상 밖 흥행(191만784명)에 성공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관객들에게는 과감한 성애 묘사를 양지에서 즐길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하다”며 “예술성과 성 사이에 상이 있어야 흥행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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