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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불가피하다는 믿음 때문에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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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불가피하다는 믿음 때문에 일어난다"

입력
2014.06.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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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나이 미 하버드대 교수
조지프 나이 미 하버드대 교수

제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인 사라예보 암살사건 100년을 맞아 국제정치학자인 조지프 나이 미 하버드대 교수가 지난 1월 칼럼 전문 웹사이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1914 재연?’를 요약해 소개한다.

올해는 근대사에 큰 변화를 가져 왔던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지 100주년이다. 이 전쟁으로 2,000만명이 죽었고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러시아제국이 멸망했다. 또 미국과 일본이 신흥 강대국으로 등장했고 1917년 볼셰비키혁명을 촉발했다.

어떻게 그런 대재난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전쟁 발발 직후 테오발트 폰 베트만 독일 총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을 요구 받고 “그걸 알았더라면”이라는 책임회피성 발언을 했다.

이제 우리가 직면한 것은 1차 대전이 다시 일어날까 하는 것이다. ‘평화를 끝낸 전쟁’의 저자 마가렛 맥밀리안은 “중국과 미국의 관계를 1세기 전 영국과 독일의 관계와 비교해 보면 솔깃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사에서 유추해보는 것은 예방적 목적에서는 효과적이지만 그것이 역사의 불가피성을 전하게 되면 위험해진다.

1차 대전은 불가피하지 않았다. 이 전쟁이 발발하는 데는 독일의 국력과 이로 인해 생긴 영국의 두려움이 크게 작용했다.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국력 신장과 이를 두려워한 독일의 대응 탓도 컸다. 그러나 지금 미국과 중국의 국력 차이는 당시 독일과 영국의 차이 보다 아직은 훨씬 더 크다.

1차 대전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1차 대전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예를 들어 1차 대전이 독일이 선택한 예방적 차원의 전쟁으로 알려진 적이 있지만 이는 독일 지도자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나오면서 거짓으로 드러났다.

지금 세계는 100년 전과 비교해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 핵무기는 전쟁이 단계적 확대되면 세상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마법사의 수정구슬 같은 역할을 한다. 만일 영국 국왕과 독일 황제, 러시아 황제가 자신들의 제국이 망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수정구슬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들은 1914년에 훨씬 더 신중했을 것이다. 이 효과는 지금 미국과 중국 정상에게 똑같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9ㆍ11 테러 이후 두 번의 전쟁을 치렀고 중국에서 내셔널리즘이 커져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호전적이지도, 제한적인 전쟁을 하려고 들지도 않는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싶어 하고, 미국은 이 지역 안보를 지켜줄 동맹국들이 존재한다. 오류는 발생할 수 있지만 정확한 정책 선택으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더욱이 1914년 독일이 영국을 맹렬히 뒤쫓았던 것에 비해 미국은 군사력과 경제적, 소프트파워에서 중국보다 10년 더 앞서 있다. 너무 모험적인 정책은 중국의 이익을 위협할 것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미국은 100년 전 영국과 달리 부상하는 중국과 관계를 설정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

1914년에서 배울 점은 (전쟁이)불가피하다는 역사적 유추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은 결코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불가피하다는 믿음 때문에 전쟁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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