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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한방울로 6대암 진단 한다지만…

입력
2014.06.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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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지자검사, AFPㆍPSA만 의학적으로 의미 있어

가장 무서운 병은 암이다. 여전히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통계청 2013년 사망원인 통계). 폐암, 간암, 위암 순으로 사망률이 높고, 대장암, 췌장암, 백혈병 사망률은 전년보다 늘어났다.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평균수명(81세)까지 생존할 때 한국인이 암에 걸릴 확률은 34%나 된다. 국민 3명 가운데 1명이 암에 걸리게 되는 셈이다.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지난해 한 해 동안 건강검진을 받은 1만879명 가운데 1.4%(149명)이 암 진단을 받았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암 진단율이 높아져 남성은 40대는 0.5%, 50대 1.8%, 60대 3.0%, 70대 이상은 5.4%였다. 여성은 40대 1.1%, 50대 1.4%, 60대 2.3%, 70대 이상 3.1%에서 암이 발견됐다. 암 종류로는 갑상선암 24.2%(36명), 폐암 14.1%(21명), 전립선암 12.1%(18명), 위암 10.7%(16명), 대장암 10.1%(15명), 유방암 6%(9명) 순이었다.

황진혁 분당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장(소화기내과 교수)은 “초기 암의 완치율은 90% 이상이지만 2기에는 생존율이 60~70%, 3기에는 30~50%로 떨어지고, 4기가 되면 20%를 넘지 못한다”고 했다. 황 센터장은 따라서 “특별히 아픈 데가 없다고 해서 건강에 과신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 장면. CT검사를 하면 일반 X선 검사에서는 알 수 없는 연부 조직의 작은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 장면. CT검사를 하면 일반 X선 검사에서는 알 수 없는 연부 조직의 작은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값비싼 검진이라고 꼭 좋은 것 아냐”

암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생존율과 완치율이 높아지지만 대부분 악화한 뒤 알아채 사망률이 여전히 높다. 김재준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장(소화기내과 교수)은 “40, 50대 중년층부터 나이가 들수록 흔히 발견되는 정밀 암 건강검진은 필수”라고 했다.

최근 높아진 암 건강검진율 덕분에 우리나라의 암 완치율도 크게 호전됐다. 자궁경부암과 위암의 경우 완치율이 90%를 넘고 있다. 암 검진을 통해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암을 발견하게 된 덕분이다. 이 때문에 요즘 우리나라의 내시경 검사가 보편화하지 못했던 20년 전만 해도 자궁경부암과 위암을 뒤늦게 발견해 진단자 2명 중 1명은 사망했다. 황 건강증진센터장은 “과거에 암 진단은 곧 사망선고였지만 지금은 암 진단자의 33%가 적절한 치료를 통해 완치한다”며 “33%는 암 증상 완화와 함께 생명을 몇 년 동안 연장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모든 암이 암 건강검진을 하기에 적합한 암은 아니라는 게 의학계의 중론이다. 따라서 암마다 적당한 암 건강검진 방법과 검진비용이 있으므로 검진을 하는 의사와 상의해 검진항목을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모든 건강검진이 그렇듯이 암 건강검진 역시 값비싼 검사가 반드시 더 나은 검사는 아니다.

몸의 모든 암을 찾아내려고 양전자방출 단층촬영기(PET-CT) 검사를 하려고 사람이 적지 않다. 손기영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PET-CT는 분명히 민감도가 매우 높은 검사이지만 일반적으로 암 건강검진을 위해 권장하는 검사는 아니고 방사선 피폭량도 높은 편”이라고 했다.

또한, 최신 기술이 가장 좋은 암 검진법도 아니다. 예를 들어 최근 컴퓨터단층촬영(CT)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대장내시경을 대체하는 것에 관심이 높은데, CT 대장내시경은 병변(病變)의 발견능력이나 향후 치료계획을 하는데 대장내시경보다 우월한 점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암표지자 검사 중 AFPㆍPSA는 의미 있어

혈액 한 방울로 암세포에서 나타나는 특정 단백질을 검출ㆍ검사해 암을 진단하는 암표지자 검사가 관심을 끌고 있다. 암표지자 검사는 간암을 비롯해 폐암, 위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 6대 암을 진단한다. 적지 않은 사람이 암표지자 검사를 받은 뒤 수치가 높게 나와 ‘암 공포’에 빠지기도 한다.

암표지자 검사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손 교수는 “현존하는 암표지자 검사로는 알파태아단백(AFP), 전립선 특이항원(PSA), CA 19-9, CA 125 등이 있다”며 “이 가운데 암 검진으로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는 검사는 AFP, PSA 등 두 가지 정도”라고 했다. 손 교수는 “AFP의 경우 B형이나 C형 간염 보균자에서 간암에 대한 검진에 사용할 수 있으며, 아직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PSA도 남성의 전립선암 검진에 이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FP와 PSA 등 두 가지 검사를 제외한 다른 암표지자 검사는 의학적으로 뚜렷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게 의학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송 교수는 “다른 암표지자 검사는 검진의 차원보다 치료 후 재발을 발견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췌장암의 표지자로 많이 검사되고 있는 CA 19-9의 경우 양성예측률이 2% 미만인데, 이는 검사 이상이 나온 사람 가운데 실제 췌장암이 있는 경우가 2%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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