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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 배치 없어 체육대회 도중 선수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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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 배치 없어 체육대회 도중 선수 숨져

입력
2014.06.2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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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장애인생활체육대회에 구급차 배치 안해

경기 중 발생한 응급환자, 골든타임 놓쳐 숨져

춘천시 "전례에 비춰 의료시설 배치… 문제 없어"

장애인체육대회에 선수로 참가한 60대 장애인이 경기 도중 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300여 명이 참가한 체육대회에 응급환자 이송을 위한 구급차는 1대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안일한 안전대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 사이클 경기 도중 사고… "구급차 없어"

27일 강원 춘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1시 46분께 춘천시 송암동 스포츠타운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7회 강원도장애인생활체육대회 텐덤사이클 1㎞ 독주경기 참가한 시각장애인 배모(62·여)씨가 경기 중 넘어지는 사고로 사망했다.

텐덤사이클 경기는 2명이 한팀이 돼 한 자전거를 타고 벌이는 경주다.

장애인체육대회에서는 앞좌석에 '가이드' 역할을 하는 비장애인이, 뒷좌석에 시각장애인이 타 함께 호흡을 맞춰 페달을 밟아가며 레이스를 펼친다.

이번 사고는 결승점을 100여m 앞두고 배씨가 탄 자전거가 갑자기 균형을 잃고 왼편으로 넘어지면서 발생했다.

사고 당시 배씨는 안전모를 착용한 상태였다.

트랙도 우레탄 등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소재로 만들어졌지만, 바닥에 머리를 부딪친 배씨는 이내 심한 구토와 코피, 의식불명 증세 등을 보였다.

병원으로 옮겨진 배씨는 응급 수술에 들어갔지만 '이미 뇌가 손상됐다'는 의료진 소견이 나왔고,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배씨는 27일 0시 23분께 뇌출혈로 말미암은 심폐정지로 사망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배씨를 병원으로 응급 이송한 것이 경기장에 내에 배치된 구급차가 아니라 9㎞나 떨어진 곳에서 온 석사119안전센터 소속 구급차였다는 점이다.

사고 발생 14분 만인 오후 2시께 119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했고, 오후 2시 15분께가 돼서야 춘천 도심지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이 마무리됐다. 병원에 닿기까지 30여 분이나 소요된 셈이다.

배씨의 조카 김모(46)씨는 "현장 의료진으로부터 사고 당시 구급차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병원 의사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라고 설명하더라"면서 "구급차만 제대로 갖춰져 있었더라도 환자를 빨리 이송해 뇌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텐덤사이클
텐덤사이클

◇ 1300여 명 참석한 행사에 구급차 0대

행사를 주관한 춘천시 등에 확인한 결과 선수 900여 명과 임원·보호자 등 총 1천300여 명이 참가한 이번 체육대회에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배치된 구급차는 실제로 단 한 대도 없었다.

시가 주관하거나 주최하는 행사 중 참여인이 500명 이상일 때 보건소에서 의료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춘천시 응급의료반 운영규정에 따라 시 보건소가 의료인력을 무상으로 지원했다.

송암스포츠타운, 호반체육관 등 10여 곳의 경기장에 간단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응급의료반이 각 2명씩 배치됐다.

이와 함께 구급차 1대도 지원됐지만, 이는 의약품 수송을 위한 차량이었다.

결과적으로 응급환자 이송을 위한 구급차는 단 1대도 없었던 셈이다.

배씨 사고 당시 의약품 수송을 위한 구급차는 그나마도 12㎞ 정도 떨어진 춘천시 서면 지역의 다른 경기장에 의약품을 싣고 간 상태였다.

보건복지부와 도장애인생활체육회 등에 따르면 대규모 행사 시 구급차 등 응급의료시설 배치에 관한 의무사항이나 기준은 없는 상태다.

행사를 주관한 춘천시는 "앞서 다른 지역에서 열린 대회 사례들에 따라 의료시설을 준비했다"며 구급차 배치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장애인체육대회는 본래 사이클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격렬한 경기가 거의 없다"면서 "사고 당시 사고자가 속도를 무리하게 냈던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주최 측인 도장애인생활체육회 관계자 역시 "당시 보건소 구급차가 현장에 있었더라도 119구급차와 같은 전문의료 장비가 없어 환자 치료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며 "현장 의료진이 기도를 유지하기 위해 입속 이물질을 제거하는 등 초동조치는 충실히 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역 보건의료계는 지자체들이 대규모 행사 개최 시 예산 때문에 의료장비 배치 등 기본적인 안전 관리를 등한시한다고 지적했다.

의무사항은 없지만 주관·주최 측의 판단에 따라 예산을 들여 민간 구급차나 전문 의료진 등을 추가로 배치할 수 있다.

도내 보건의료기관의 한 관계자는 "129응급환자 민간이송단이나 사설 의료기관에서 의료진을 고용해 응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지만, 지자체 대부분이 예산 문제로 '공짜 이용'이 가능한 지역 보건소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25일 춘천에서 개막한 제7회 강원도장애인생활체육대회는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이날 폐막했으나 인명 사고 발생으로 폐막식은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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