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TV봤수다]
MBC 예능프로 '진짜사나이',
GOP 총기난사 사태 이후
방송용 군대문화에 불편함 느껴
GOP 총기 난사 사건을 보는 대중의 시선은 복잡하다. 총기 난사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보면서도 그런 행위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시선이 그것이다. 군대문화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깔려 있다.
갑작스럽게 터진 이번 사건으로 MBC ‘일밤-진짜 사나이’에 때 아닌 불똥이 튀었다. GOP 총기 난사 사건이 남긴 잔상이 분명하기 때문에 군대를 소재로 하는 ‘진짜 사나이’가 긴급 편집에 들어갔다. 덜어내고 또 덜어냈지만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인지라 모든 걸 편집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방송이 ‘본 방송은 4월 중순에 촬영됐습니다’라는 고지를 달고 나갔지만 시청자들은 그 내용에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한 출연자가 GOP 근무에 앞서 선글라스를 낀 채 총을 들고 장난스런 포즈를 취한 모습에 ‘스나이퍼 타임’이라는 자막이 붙은 건 극히 부적절했다.
‘진짜 사나이’는 군대문화의 변화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군대 안으로 관찰 카메라가 들어간 다음 군인들의 생활을 찍어 방송에 내보내는 것은 군 당국이 군대문화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사나이’의 생활관은 100% 리얼이 아니다. 일반 병사가 출연하지만 프로그램을 위해 차출된 병사들이다. 생활관은 그렇게 특별히 방송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 안에서 이뤄지는 일반병사와 연예인의 교감은 그래서 어느 정도 실제는 있겠지만, ‘그랬으면 좋겠다’는 판타지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갑작스런 탈영병 사건이 ‘진짜 사나이’에 불똥을 튀게 한 것은 이 판타지가 이 사건 하나로 갑자기 현실을 드러내면서 커다란 괴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라면 헨리 같은 사병은 군대에서 어떤 취급을 받았을까. 많이 달라지긴 했어도 여전히 지금의 군대문화 속에서는 받아들여지기 힘든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진짜 사나이’ 같은 프로그램은 물론 바람직한 군대문화를 선도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런 프로그램이 군대의 실상을 덮어 오히려 군대문화의 변화를 막는 기능을 할지도 모른다. 연예인이 나와 “요즘 군대 많이 달라졌어”라고 말한다고 해서 군대문화가 실제로 달라지는 건 아니다. 도리어 보이는 것과 실제 사이의 거리만 더 넓히는 것일 수 있다.
흥미로운 건 이런 민감한 시기에 갑자기 병역기피 연예인의 이야기가 발표됐다는 점이다. 병무청은 체중을 고의로 늘려 보충역 판정을 받은 보디빌딩 선수 4명과 정신질환을 가장해 병역을 기피한 연예인 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오비이락이라고 보기에는 시기적으로 너무 딱 떨어지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 발표로 그 연예인이 누구냐는 호기심 어린 시선이 집중되면서 과거 군 기피 연예인의 사례와 그들이 사용한 방법 등이 인터넷에 다시 오르고 있다.
많은 이들이 총기 난사와 같은 끔찍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군대문화의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군대문화를 판타지로 그리거나, 잘못된 문화로 터져 나온 문제를 또 다른 사안으로 덮는 식이다. 여기서 연예인은 두 가지 이미지로 동원된다. 군대에 기꺼이 들어가 고생을 감수하는 모습으로, 또는 군 입대를 기피하거나 군 생활을 태만히 하는 모습으로. 군대를 사이에 두고 연예인들이 박수갈채를 받거나 비난을 받는 사이, 우리의 군대문화는 변화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지 모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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