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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변해도… 변치 않는 마왕의 낭만주의

입력
2014.06.2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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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뮤직스크랩]

신해철, 7년 만에 솔로 앨범 발매 1000개 소리 버무린 새 기법 눈길

앨범마다 새 음악 실험하는 동력, 1990년대 문화 바탕 낭만주의

서태지 시대적 화두와 다른 매력

신해철 정규 2집 '마이셀프'. 한국 최초 미디(MIDI) 앨범으로 신해철이 전곡을 작사·작곡했다.
신해철 정규 2집 '마이셀프'. 한국 최초 미디(MIDI) 앨범으로 신해철이 전곡을 작사·작곡했다.

생각해보면 신해철에 대해서는 애증이라기보다 외면에 가까운 감정이 있었던 것 같다. 10대와 20대 시절을 떠올리면 자다가 하이킥을 날릴 만큼 괜히 부끄러워지는 것과 같은 것.

신해철의 신곡 발표 소식을 접하면서 그때 생각을 했다. 노래의 제목은 ‘A.D.D.a’다. ‘아따’라고 발음하면 되는데 “학교를 갔어도 졸업이 업이 안 돼 / 군대를 갔어도 취직이 직이 안 돼 / 장가를 갔어도 글쎄 어째 애가 안 생겨 / 애아범이 돼도 철이 들질 않아 전혀”라는 노랫말로 시작한다. 그 뒤로는 “이 나이를 먹어도 철들지 않네”라는 내용이 이어지다가 “그냥 그대로 그대로 / 이 똑같은 세상을 어떡하든 버티는 나 / 아이 앰 저스트 왓 아이 앰” 같은 가사가 나온다.

사실 이 노래는 노랫말보다 작업 방식으로 더 화제다. 오직 혼자서 1,000개 이상의 트랙을 겹겹이 쌓아 올렸다. 곡에 흐르는, 어쩌면 장난처럼 대수롭지 않게 들리는 소리들이 사실은 강박적으로 녹음과 재녹음을 반복한 다음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결과라는 뜻이다. 미국의 5인조 아카펠라 그룹 펜타토닉스도 이렇게 음악을 만드는데 목소리만으로 여러 악기들, 심지어 가상 악기 소리도 내면서 입체감과 질감을 표현한다. 신해철 노래에는 배경으로 깔리는 베이스 라인과 리드 보컬 및 코러스가 겹겹이 쌓인 구조가 전자음악처럼 복잡하게 펼쳐진다. 듣기에 나쁘지 않다. 이 곡은 새 앨범 ‘파트 원 : 리부트 마이셀프’의 첫 곡이다.

신해철 정규 6집 '리부트 마이셀프'. 혼자 1,000개 이상 트랙을 겹쳐 녹음하는 새로운 기법을 도입했다.
신해철 정규 6집 '리부트 마이셀프'. 혼자 1,000개 이상 트랙을 겹쳐 녹음하는 새로운 기법을 도입했다.

신해철의 음악 역사는 1991년 발표한 2집 앨범 ‘마이셀프’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 앨범은 한국 최초의 미디 앨범이다. 신해철이 전곡을 작사ㆍ작곡해 싱어송라이터로 경력을 시작했다. 그 점에서 ‘리부트 마이셀프’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하나는 1991년 미디라는 ‘신문물’을 사용했던 것처럼 2014년에 독보적으로 아카펠라와 테크놀로지를 결합하겠다는 선구자로서의 욕망, 다른 하나는 그때 그 마음을 새삼 환기하겠다는 각오다. 그때 음악으로 갈 수밖에 없던 그 순간을 돌아보는 것, 요컨대 “난 바보처럼 요즘 세상에도 운명이라는 말을 믿어”의 그 마음. 그런데 이 낭만주의야말로 신해철을 설명하는 중요 키워드일 것이다.

신해철은, 실패는 했을지 몰라도 음악적 여행은 멈춘 적이 없다. 윤상과 결성했던 프로젝트 노땐스를 비롯해 당대의 테크니션을 모은 밴드 넥스트, 유학 후 전자음악에 집중한 크롬이나 노바소닉, 비트겐슈타인 등을 거치며 꾸준히 ‘다른 음악’을 찾아 다녔다. 이 음악적 탐구의 중심에는 낭만적 감수성이 확고하게 자리했다. 신해철을 특별하게 만들어 서태지와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바로 낭만성이다. 서태지가 ‘시대적 명령’에 가까운 화두를 던지는 노래를 추구했다면 신해철은 ‘개인’에 집중한 낭만주의를 설파했다. 서태지가 ‘우리’를 주어로 삼았다면 신해철은 늘 ‘나’가 주인공이었다. 개인주의와 소비주의가 주도권을 행사한 1990년대라는 시대적 조건, 거기에 발맞춘 ‘낭만적 개인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신해철은 감정 과잉의 압도적인 스펙터클로 음악을 구현하려는 욕망이 있었다.

신해철은 서태지와 함께 1990년대를 대표하는 대중음악가다. 신해철은 개인과 낭만주의를 주로 노래했다.
신해철은 서태지와 함께 1990년대를 대표하는 대중음악가다. 신해철은 개인과 낭만주의를 주로 노래했다.

‘A.D.D.a’의 강박적인 접근방식 또한 이런 스펙터클과 밀접하다.

그런데 문득, 그는 변하지 않았고 나는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그저 다른 곳에서 마주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무엇을 마주보면서, 나는 어쩌면 약간이나마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까.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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