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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유산과 유럽 봉건제 결합, 서양 근대 자본주의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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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유산과 유럽 봉건제 결합, 서양 근대 자본주의를 낳았다

입력
2014.06.2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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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고대에서 봉건제로의 이행 / 페리 앤더슨 지음ㆍ유재건 한정숙 옮김 / 현실문화ㆍ504쪽ㆍ3만원 (오른쪽)절대주의 국가의 계보 / 페리 앤더슨 지음ㆍ김현일 옮김 / 현실문화ㆍ800쪽ㆍ3만8,000원
(왼쪽)고대에서 봉건제로의 이행 / 페리 앤더슨 지음ㆍ유재건 한정숙 옮김 / 현실문화ㆍ504쪽ㆍ3만원 (오른쪽)절대주의 국가의 계보 / 페리 앤더슨 지음ㆍ김현일 옮김 / 현실문화ㆍ800쪽ㆍ3만8,000원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사회학ㆍ역사학자 페리 앤더슨의 대표작인 ‘고대에서 봉건제로의 이행’과 ‘절대주의 국가의 계보’가 출간 40주년을 맞아 새롭게 단장해 한국어판으로 다시 나왔다. ‘고대에서 봉건제로의 이행’은 1990년 첫 번역ㆍ출간 이후 24년 만이고 역시 1990년 처음 소개된 이후 1993년, 1997년 두 차례의 개정을 거친 ‘절대주의 국가의 계보’는 이전 판본에서 빠졌던 부분을 추가해 완역본의 모양새를 갖췄다.

고대에서 근대 자본주의까지 이어지는 유럽사를 정리한 두 책은 역사학 분야의 유명한 고전이다. 동ㆍ서유럽을 망라해 2,000년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기존 연구 성과를 비평하는 이 방대한 연구는 지금도 서양비교사에서 탁월한 지적 작업으로 꼽힌다.

저자가 이 방대한 작업을 시작한 건 ‘왜 자본주의가 서유럽에서 출현했는가’ 하는 문제를 해명하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고대와 봉건제 그리고 절대주의의 관련성을 찾아 하나의 역사 인식틀로 풀어내야 했다. 학계에선 시대별 연구가 엄격히 나눠져 있어 시대 사이의 틈을 메우려는 시도는 그때나 지금이나 흔치 않다. 고찰하는 역사의 시간 폭이 클수록 그 속에 있는 다양한 국면의 압축이 심해지고 생략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유럽이 독특하게 자본주의로 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은 고대와 봉건제의 결합 때문”이라는 명제 아래 고대와 중세, 근대 초기 사이의 틈을 이으며 근대 자본주의 형성 과정을 해명하는 데 집중했다.

앤더슨은 서유럽 봉건제가 노예제에 기댄 고전고대적 생산양식과 부족 공동체 중심의 게르만적 생산양식이 종합한 산물이라고 봤다. 서유럽만의 이런 경험은 절대주의로 이행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저자는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 옮겨가는 과정의 역사를 경제 자체보다 국가에 초점을 맞춰 정리했다.

서설 역할을 하는 ‘고대에서 봉건제로의 이행’에 이어 본론에 해당하는 ‘절대주의 국가의 계보’에서, 저자는 서구와 동구가 중세 말의 봉건 위기를 겪으며 역사 발전에 있어 결정적 차이를 보였다고 주장한다. 또 사적 소유권 관념과 절대주권 관념으로 대표되는 고전고대의 유산과 유럽 봉건제의 상부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유럽이 다른 지역과 달리 자본주의로 이행할 수 있었다고 풀이했다.

‘절대주의 국가의 계보’에는 일본의 봉건제와 아시아적 생산양식에 대한 글이 처음 번역돼 보론으로 실렸다. 저자는 마르크스가 사용하기 시작한 아시아적 생산양식이란 표현이 동양에 대한 몰이해에서 출발했으며 아시아 국가의 역사적 전개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저자는 이슬람 제국과 중국의 역사를 짧게 요약하면서 비유럽 세계에 대한 “진정한 과학적 결론을 끌어낼 수 있기 전에 많은 역사 연구가 더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마르크스주의 역사적 유물론의 관점에 입각해 쓴 책이지만 저자는 때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역사 해석을 비판하고 비마르크스주의 학자들의 역사학적 업적을 수용하는 등 유연한 태도를 보인다. 역사를 구조적 요소들의 변화로 설명하는 구조사, 사회경제사 같은 거시사가 여전히 필요한 이 시대에 두 책의 가치는 처음 출간된 지 거의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두 권 모두 2013년 버소 출판사 판을 저본으로 삼았다. 판본의 차이는 거의 없으나 번역과정에서 문체와 외래어 표기 등이 지금 상황에 맞게 바뀌었다. 원서에 없는 다양한 컬러 화보 자료를 두 권 도합 100여쪽에 담아 당시의 시대상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도왔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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