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계열사·오너 일가 "더 큰 위기 막아야 한다"
너도나도 유상증자 참여 자금난 건설사 숨통 틔우기
"책임경영 긍정적" 불구 그룹 유동성 위기 확산 우려
주택시장 침체로 건설사들의 자금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자 모기업이나 계열사, 그리고 오너일가 등이 구원투수로 등장하고 있다. 부채비율 증가로 자금 줄이 막힌 건설사 입장에선 급한 불을 끌 수 있지만, 실적 악화가 지속될 경우 ‘밑 빠진 독’처럼 그룹 전체로 유동성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5일 유상증자로 새로 발행된 GS건설의 주식 2,000만주가 신규 상장됐다. 발행가 기준 금액은 5,520억원으로 당초 예상금액을 300억원 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눈에 띄는 것은 이 가운데 1,375억원이 오너 일가에게서 나왔다는 점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 14명은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498만3,081주를 주당 2만7,600원에 취득했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GS건설의 경우 작년 대규모 적자를 본 이후 본사가 지원을 포기했다는 등의 루머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며 “오너 일가의 책임 경영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KCC건설은 지난 17일 정상영 KCC 명예회장, 정몽열 KCC건설 사장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332억원을 출자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13일에는 모기업인 KCC가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403억300만원을 출자키로 결정한 바 있다. KCC건설은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1,4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1,560만주의 유상증자를 추진해왔다.
이 뿐이 아니다. 작년 12월에는 SK건설의 3,804억원 유상증자에 SK와 SK케미칼이 각각 2,035억원, 1,293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두산중공업은 작년 초 두산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해 2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했다.
이처럼 그룹들이 너도나도 건설사 지원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건설사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GS건설(266%), KCC건설(292%), 한화건설(245%) 등 최근 유상증자에 나선 건설사들의 경우 1분기말 기준 부채비율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 부채비율은 기업의 재무안정성을 파악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통상 100% 이하를 양호한 상태로 판단한다. 부채비율이 높을 경우 신용등급 하락으로 회사채 발행과 해외수주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돼 그룹 입장에서는 더 큰 위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건설사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그룹 전체로 위기가 전이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작년 3월 만도가 모기업인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주가가 폭락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로 최근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한화건설의 경우 모기업 한화가 참여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자 서둘러 “결정된 바 없다”고 진화에 나선 것도 이런 까닭이다. 이홍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가 건설 경기의 바닥이라고 보고 그룹 차원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내년 이후에도 회복세가 더딜 경우 계속적인 지원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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