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올해보다 1조 늘어 증가율 6.3%로 껑충
곳곳 안전체험관 등 시급성 없고 애매한 사업 "일단 따고 보자"
정부 부처 내년 총지출 요구액은 377조원
내년 안전 예산이 대폭 늘어난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예고된 결과다. 하지만 안전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에 편승한 무리한 요구도 봇물을 이뤄 자칫 안전 예산이 과대 포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2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5년도 예산 요구 현황’에 따르면 공공질서 및 안전 예산은 16조8,000억원으로 올해 예산(15조8,000억원)보다 1조원(6.3%) 늘었다. 이는 복지(10.8%) 교육(10.7%) 국방(7.5%) 다음으로 높은 증가율로, 전체 총지출 요구 평균(6.0%)보다 높다. 금액상으로도 사상 최대 규모다. 재난안전 관리 강화, 생활안전 활동 지원 등 세월호 참사 이후 제기된 문제점을 개선할 목적이라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예산 요구 사항의 면면을 살펴보면 중요도와 시급성이 떨어지는 전시성 사업이거나 안전으로 분류하기엔 애매한 사업들이 눈에 띈다. 특히 전시용 사업은 정확한 수요 예측이 따라주지 않으면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마냥 예산 낭비 사업으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제주 충북 경남 경북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소방방재청을 통해 신청한 안전체험관 설립 사업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기존 체험관엔 없는 해양안전 프로그램을 넣고, 유니버셜스튜디오처럼 4D 체험 형태의 시설을 짓겠다며 500억원 가량의 예산을 요구했다. 수학여행을 오는 학생들을 주 고객으로 삼아 생동감 넘치는 참여 형태로 안전의식을 고취시키겠다는 것이다.
현재 운영 중인 안전체험관(정식명칭은 소방안전체험관)은 전국에 4곳(서울 대구 강원 전북)이고, 2곳(충남 부산)이 건립 중이다. 관련 단체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체험관도 많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늘고 증설 여론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분위기에 편승해 마구 짓다 보면 결국 포화상태에 직면해 나중에 운영비 지원까지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안전으로 포장해 예산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예컨대 1차선 오르막길을 2차로로 확장하는 경우, 사고 위험을 줄일 목적이기 때문에 안전 예산이라는 식이다. 특히 현재 구성된 안전 예산 태스크포스(TF) 민간위원들에게 안전으로 포장한 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의 예산 요구가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참에 너도나도 각종 사업에 안전을 덧씌워 예산을 따내자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재난안전 관련 예산의 범위를 3단계 정도로 나눠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재난과 직접 관련이 있는 핵심 예산은 S(Security)1 ▦안전 업그레이드 예산은 S2 ▦SOC 등과 관련된 포괄적인 예산은 S3 식으로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S1은 대폭 늘리되, S3는 통계만 잡을 뿐 증액 여부는 따지지 않을 방침이다.
각 부처가 제출한 예산 및 기금의 총지출 요구 규모는 377조원으로 올해 예산보다 21조2,000억원(6%) 늘었다. 새 사업계획을 세울 때는 기존 사업을 줄이고 재원마련 대책을 함께 수립해야 하는 ‘페이고(Pay-Go) 원칙’ 적용 등에 따라 증가율은 2010년 이래로 5년 만에 가장 낮았다.
분야별로는 복지와 교육, 국방 등 8개는 증액인 반면 SOC 환경 등 4개는 감액 요청됐다. 복지(보건 복지 고용) 예산 요구 규모는 기초연금 등 의무지출 증가로 올해보다 11조5,000억원 늘어난 118조원이었다. SOC 예산은 4대강 사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7.5%나 삭감됐다.
기재부는 각 부처가 제출한 예산 요구를 토대로 심사 작업을 거쳐 9월 23일까지 3개월간 정부안 편성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헌법과 국회 선진화법 취지에 맞춰 정부 예산안 제출 시기를 10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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