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산타페 부적합", 산업부는 "적합" 엇박자 소비자만 헛갈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1년 넘게 공방을 벌여온 싼타페 연비 과장 문제를 끝내 조율하지 못했다. 재검증까지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한쪽은 연비 부적합(국토부), 다른 쪽은 적합(산업부)이라는 상반된 검사 결과를 그대로 공개했다. 중재에 나섰던 기획재정부도 어느 쪽의 손을 들지 않았다. 바닥에 떨어진 정부의 국정 조정 능력을 고스란히 노출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틈만 나면 강조했던 부처 협업 등 정부3.0은 공허한 메아리가 됐고, 소비자와 업계는 큰 혼란에 빠졌다.

국토교통부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 부처 합동브리핑에서 현대자동차 싼타페(2.0디젤 2WD)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2.0DI)의 연비를 검증한 결과 이들 차량의 표시연비가 부풀려졌다며 제작사에 각각 10억원, 2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 연비 부적합 판정으로 자동차업체에 과징금이나 과태료가 부과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날 합동브리핑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도 별도 보도자료를 내고 자체 조사 결과 두 차종에 대해 적합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아우디(A4 2.0 TDI) 등 외제차 4개에 대해서만 부적합 판정이 나와 300만~4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일 차종을 두고 정부 두 부처가 정반대의 연비 검증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갈등은 언제부터?
국토부와 산업부의 갈등은 2003년부터 산업부가 해오던 연비사후검증에 2013년 국토부가 끼어들면서 시작됐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산업부), 자동차관리법(국토부) 등 서로 다른 법령과 다른 잣대로 연비 검증에 나서면서 부처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된 것. 특히 작년 4월 국토부가 싼타페 등에 부적합, 산업부는 적합 판정을 내리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올해 3월 재검증에 나선 뒤 몇 달간 부처 협의와 전문가 논의를 진행했지만 끝까지 조율에 실패한 것이다.
기재부는 중재 손놓아
중재를 맡은 기재부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정부가 동일 차량의 연비에 대해 통일된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산업부의 손을 들어주자니 대기업 봐주기라는 오해를 살 수 있고, 국토부 손을 들어주자니 산업부의 반발이 상당했다”며 “결국 한 쪽 편을 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다 공개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성과는 중복규제를 막기 위해 향후 연비 사후관리를 국토부로 일원화한 정도다. 부적합에 대한 행정제재 역시 국토부만 맡는다. 연비 측정 방법과 세부 기준도 보완해나가기로 했다.
상반된 두 개의 결론에 소비자 보상 문제도 꼬일 수밖에 없게 됐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글로벌 표준을 만들어도 모자랄 판에 글로벌시장에서 한국산 차에 대한 신뢰만 깎았다”고 지적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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