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김영관 조교사
말 외모 보고 감별한 경주마
6년 동안 527번 우승 차지

“콧구멍은 넓고 커야 합니다. 가슴은 두꺼울수록 등은 짧을수록 좋으며, 엉덩이는 둥그스름해야 좋습니다.”
말 관상을 통해 경주마를 구분해 내는 ‘경주마 관상쟁이’ 김영관(54) 조교사의 얘기다. 그는 “경주마는 혈통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말의 외모, 즉 마상(馬相)도 중요하다”며 “어깨가 튼튼하고 체형은 균형과 대칭성이 있어야 잘 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마사회 렛차런파크(옛 부산ㆍ경남 경마공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 조교사는 6년 연속 통합 상금왕(2006~2013년)을 차지했다. 그가 감별해 낸 경주마가 6년 동안 527번을 우승했고, 벌어들인 상금은 250여억원에 달한다. 원석에 불과한 경주마를 감별해 최고의 경주마로 길러내는 게 김 조교사의 일이다.
김 조교사가 상마(相馬ㆍ말의 좋고 나쁨을 가리는 것)한 말 중 절름발이 ‘루나’가 눈에 띈다. 루나는 선천적 절름발이인데다 무게도 430㎏ 정도에 불과했다. 역대 최저가인 970만원에 낙찰될 정도로 경마계의 ‘루저’였다. 하지만 김 조교사는 루나의 잠재력을 한 눈에 알아봤고 꾸준한 훈련을 거친 끝에 경남지사배(2005, 2006), KRA컵 마일(2007), 오너스컵(2008) 등 억대 상금이 걸린 큼직한 대회를 석권했다. 2009년 11월 우승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루나가 벌어들인 상금은 무려 7억2,000만원. 첫 낙찰가와 비교하면 74배에 달한다. 루나는 현재 제주도에서 좋은 경주마를 낳는 씨암말로 여생을 보내고 있다.
김 조교사의 꿈은 말을 타는 기수(騎手)였다. 하지만 1976년 기수생활을 하다 체중 조절 실패로 마필 관리사로 전향했다. 그마저 말 다루는 방식이 독특하다 해서 다른 관리사들과 마찰을 빚는 등 관리사로도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2003년 한국마사회 부산ㆍ경남 경마공원 개장과 함께 조교사로 개업했고 루나를 만나면서 조교사로서의 꿈을 한껏 펼칠 수 있었다.
중국 춘추시대 상마가 백락(伯樂)에 비유한 ‘한국의 백락’이라는 별명에 대해 그는 “과찬”이라며 손을 내저으면서 “내가 말을 키운 게 아니라 말이 기수로서 성공하지 못한 나를 키워 준 것”이라며 웃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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