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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경주마 감별법이요? 혈통과 관상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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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경주마 감별법이요? 혈통과 관상이 중요"

입력
2014.06.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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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김영관 조교사

말 외모 보고 감별한 경주마

6년 동안 527번 우승 차지

김영관 조교사가 경주마의 생김새로 좋고 나쁨을 가리는 상마(相馬)를 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김영관 조교사가 경주마의 생김새로 좋고 나쁨을 가리는 상마(相馬)를 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콧구멍은 넓고 커야 합니다. 가슴은 두꺼울수록 등은 짧을수록 좋으며, 엉덩이는 둥그스름해야 좋습니다.”

말 관상을 통해 경주마를 구분해 내는 ‘경주마 관상쟁이’ 김영관(54) 조교사의 얘기다. 그는 “경주마는 혈통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말의 외모, 즉 마상(馬相)도 중요하다”며 “어깨가 튼튼하고 체형은 균형과 대칭성이 있어야 잘 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마사회 렛차런파크(옛 부산ㆍ경남 경마공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 조교사는 6년 연속 통합 상금왕(2006~2013년)을 차지했다. 그가 감별해 낸 경주마가 6년 동안 527번을 우승했고, 벌어들인 상금은 250여억원에 달한다. 원석에 불과한 경주마를 감별해 최고의 경주마로 길러내는 게 김 조교사의 일이다.

김 조교사가 상마(相馬ㆍ말의 좋고 나쁨을 가리는 것)한 말 중 절름발이 ‘루나’가 눈에 띈다. 루나는 선천적 절름발이인데다 무게도 430㎏ 정도에 불과했다. 역대 최저가인 970만원에 낙찰될 정도로 경마계의 ‘루저’였다. 하지만 김 조교사는 루나의 잠재력을 한 눈에 알아봤고 꾸준한 훈련을 거친 끝에 경남지사배(2005, 2006), KRA컵 마일(2007), 오너스컵(2008) 등 억대 상금이 걸린 큼직한 대회를 석권했다. 2009년 11월 우승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루나가 벌어들인 상금은 무려 7억2,000만원. 첫 낙찰가와 비교하면 74배에 달한다. 루나는 현재 제주도에서 좋은 경주마를 낳는 씨암말로 여생을 보내고 있다.

김 조교사의 꿈은 말을 타는 기수(騎手)였다. 하지만 1976년 기수생활을 하다 체중 조절 실패로 마필 관리사로 전향했다. 그마저 말 다루는 방식이 독특하다 해서 다른 관리사들과 마찰을 빚는 등 관리사로도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2003년 한국마사회 부산ㆍ경남 경마공원 개장과 함께 조교사로 개업했고 루나를 만나면서 조교사로서의 꿈을 한껏 펼칠 수 있었다.

중국 춘추시대 상마가 백락(伯樂)에 비유한 ‘한국의 백락’이라는 별명에 대해 그는 “과찬”이라며 손을 내저으면서 “내가 말을 키운 게 아니라 말이 기수로서 성공하지 못한 나를 키워 준 것”이라며 웃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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