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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돌림으로 자살한 자위대원 7억 배상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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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돌림으로 자살한 자위대원 7억 배상 받았다

입력
2014.06.2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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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3일 도쿄 고등법원에서 한 자위대원의 죽음을 둘러싼 판결이 있었다.

해상자위대 요코스카기지 소속 호위함 ‘다치카제’의 승무원이었던 21세의 자위대원이 선임대원의 따돌림(이지메) 때문에 결국 자살에 이르렀다고 유족들이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약 1억5,000만엔(1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이었다.

도쿄고법 재판장은 “상관들이 자살을 예상할 수 있었다”며 사망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해 약 7,350만엔(7억3,000만원)을 유족들에게 지불하라고 명령하는 ‘국가패소’ 판결을 내렸다. 사망에 대한 배상을 인정하지 않았던 1심 요코하마 지방법원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일본 정부가 이를 수용해 상고를 포기함으로써 판결은 5월 7일 확정됐다.

사건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10월 27일 다치카제 일등해사(일병)였던 자위대원이 도쿄 다치아이가와역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한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가족에 대한 감사의 말과 상관이던 이등해조(海曹ㆍ중사)를 비판하며 따돌림 받았음을 암시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첫 재판이 열린 요코하마 지방법원에서도 “따돌림이 배 안에서 일상적이고 습관적으로 있었으며 이번 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폭행으로 고통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대원이 자살한 것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라며 해상자위대와 상관인 이등해조의 책임을 인정했다.

해가 바뀌어 2005년 1월에 문제가 된 이등해조는 다른 자위관들에 대한 폭행ㆍ공갈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해상자위대의 징계 면직 처분을 당했다. 이 판결에서도 법원은 “선내의 폭행이 일상적으로 있었다”고 확인했다. 이등해조는 배 안에 에어건이나 가스건 등을 불법으로 가지고 와 레이더, 컴퓨터 기기 등 중요 정밀기계가 있는 출입금지 구역인 ‘전투지휘소(CIC)’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인 사실 등이 후에 드러나기도 했다.

이 같은 판결을 토대로 유족은 2006년 4월 5일 “자살은 선배 대원의 따돌림이 원인이고 상관들도 묵인했다”며 국가와 이등해조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11년 1월 요코하마 지방법원은 판결을 통해 “전 이등해조에게서 받은 폭행 등이 자살의 중요한 원인이었다” “(당시 분대장 등 상관 3명은)규율 위반 행위를 인식하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지도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서도 “전 이등해조나 분대장들이 자살까지 예상할 수 있었다고는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을 했다. 사망에 대한 배상을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1심의 배상액은 440만엔에 그쳤다.

유족과 변호인들은 “국가와 개인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평가할만하지만 (자살)예상가능의 기준이 너무 높으므로 부당하다”고 바로 도쿄고법에 항소했고 고법은 사망까지 인정해 1심의 20배에 가까운 배상액을 지불하라고 결정한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는 해상자위대가 조직에 불리한 정보를 감추려다 적발된 사건도 있었다. 자살 사건이 발생한 2004년에 해상자위대는 다치카제 승무원 전원을 대상으로 폭행, 공갈 실태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유족들이 이 자료의 공개를 요구했지만 자위대는 “조사내용을 파기했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 같은 자위대의 대응에 관련 내용을 알고 있던 한 소령이 문제를 제기해 자료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때도 해상자위대의 대답은 “파기했다”는 것이었다. 소령이 결국 2012년 4월 도쿄 고법에 “설문조사 결과가 남아 있다”는 의견진술서를 제출하자 두 달 뒤 자위대는 조사 자료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기에 이르렀다. 이 일로 당시 해상막료장(해군참모총장)은 사죄를 하고 구두 주의까지 받은 뒤 결국 옷을 벗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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