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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뤄진 'KB금융 심판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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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뤄진 'KB금융 심판의 날'

입력
2014.06.2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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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제재 결정 연기

시간 부족해 소명 듣고 종료

26일 오후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26일 오후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심현철기자 shim@koreatimes.co.kr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심현철기자 shim@koreatimes.co.kr

KB금융그룹 ‘운명의 날’이 다음 달로 미뤄졌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26일 오후 회의를 열고 임영록 KB금융지주회장, 이건호 KB국민은행 행장 등 임직원 120여명에 대한 제재안을 심의했지만 시간 부족 등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제재심의위는 이르면 다음달 3일 열리는 차기 회의에서 안건을 재심의할 예정이다. 회장과 행장이 통상 퇴임으로 귀결되는 중징계를 사전통보 받으면서 비롯된 KB금융의 경영 불확실성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KB금융은 임 회장과 이 행장 등 지주사에서 5명, 은행에서 25명이 대거 소명 진술 차 회의에 출석하며 장기전을 예고했다. 예정보다 20분 가량 늦은 오후 2시50분부터 시작된 제재심의위 회의는 직전 회의에서 순연된 안건 등을 다루느라 오후 5시20분쯤에야 KB금융지주, 그리고 오후 7시30분쯤 국민은행에 대한 제재안 심의를 시작했다. 이 때문에 제재심의위는 전산시스템 교체 사업, 카드 분사 당시 은행고객 정보 유출 등에 대한 검사국 보고와 출석자 진술만 듣고 아무런 결론 없이 오후 9시가 넘어 회의를 종료했다.

임 회장은 KB국민카드 분사 당시 은행고객 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직접 책임질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적극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도 전산시스템 교체 갈등은 은행이 먼저 부당행위를 자진 신고한 점이 참작돼야 한다며 징계 경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회장은 진술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임직원들이 가슴 아픈 처벌을 받고 거리에 나앉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선처를 당부했다”고 했고, 이 행장은 “소명 과정 자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은행ㆍ카드사 임직원 200여명을 한날 제재 대상에 올려 ‘금융권 심판의 날’로 불렸던 이날 제재심의위는 처음부터 부실 심의가 우려되는 무리한 일정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금감원은 연이은 금융사고에 대한 문책을 상반기 중 마무리하라는 최수현 금감원장의 내부 지시에 따라 이번 회의에 맞춰 이례적인 속도로 사고기관 검사를 실시해왔다. 하지만 금감원 내부에서조차 무리하게 징계 일정을 강행할 경우 자칫 대상자들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줄 수 없다는 반대 여론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날 회의는 상정된 15개 안건 중 절반도 안 되는 6건만 처리하는 ‘해프닝’에 그쳤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물의를 일으킨 카드사 3곳(국민 농협 롯데)과 은행 2곳(SC 씨티), CJ그룹 차명계좌 개설 및 파이시티사업 신탁상품 불완전판매 사실이 확인된 우리은행은 회의 진행 도중 안건 처리를 다음 회의로 미뤘다. ING생명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건에 대한 심의 역시 내달 3일 회의로 미뤄졌다. 효성그룹 임원들에게 부당대출을 한 효성캐피탈에 대해선 전ㆍ현직 대표 2명에 중징계인 문책경고, 조현준 효성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 조현문 전 부사장에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가 각각 내려졌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은 임직원 30명이 진술에 나서는 ‘인해전술’로 징계 결정 시기를 늦췄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징계 경감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의 직후 “당일 결정을 내리기에 시간이 부족했을 뿐 KB금융과 고객정보 유출 카드사 수뇌부에 대한 중징계 방침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사전 통보된 중징계(문책경고)안이 추후 제재심의위에서 가결될 경우 이들은 퇴직 압력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다음 제재심의위가 열릴 때까지 제재 수위를 낮추려는 이들의 공방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한 관계자는 “주 전산시스템 교체 등을 두고 시끄러워진 내부 문제 때문에 그룹 내부 분위기가 계속 뒤숭숭하다”며 “하루 빨리 매듭지어지지 않는다면 경영 혼란도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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