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병영관리는]
보안중시 특수성 불구 민간과 긴밀한 협조 체계
영내-영외 생활 격차 없애기· 환경개선에 막대한 예산
총기 난사와 같은 비극이 비단 우리 군대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군복무 부적응이 참극의 원인으로 꼽히는데,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된 정신적 충격이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 때문에 대만과 같은 징병제 국가뿐 아니라, 미국ㆍ독일 등 모병제 국가들도 막대한 예산을 써가며 보다 나은 병영 관리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군대 부적응 문제를 개인차원으로 접근하면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점은 주목할 만하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심리적 접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의 경우 육군연구소(ARI) 산하에 병사들의 복무스트레스의 발생 원인과 해소 방안을 연구하는 기관을 설치해 과학적 해법 마련에 힘쓰고 있다. ‘군 사회복지사제’도 눈에 띈다. 군인만 전담하는 사회복지사가 군생활뿐 아니라 결혼이나 가족문제까지 광범위한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은 특히 복무 부적응 문제 해소를 법률에 명시해 필요한 예산 확보의 근거로 삼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 2012년 발표한 ‘신 국방전략지침’에 ▦장병의 정신건강과 복무의욕 증진 ▦부적응 장병에 대한 치료 프로그램 운용 등을 담아 관련 예산 증액을 이끌어냈다.
병영관리의 선진국으로 꼽히는 독일은 연방의회에서 선출한 군특명관(군옴부즈만)이 군대 부적응자를 포함한 모든 병사의 기본권 보호를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군특명관은 50명 규모의 독립된 조직을 지휘하며, 군 당국에 광범위한 정보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 해 처리하는 군내 진정 건수만 5,000건 가까이 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일반 병사들이 자체 선발하는 ‘대표 병사’가 있어 중대장과는 수시로, 대대장과는 월 1회 면담을 통해 병사들의 개인 고충 등을 전달하는 통로가 돼 주기도 한다.
보안이 중요한 군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다수 국가들이 민간전문기관 등과 광범위한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미국은 국방부 주도 하에 정신분석 전문의ㆍ심리학자 등 민간 전문가들과의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프랑스ㆍ핀란드 등은 국방부가 아닌 민간기관이 군대 부적응 문제를 포함한 병사 관리 일반을 주도하고 있다.
심리적 접근만큼이나 중시되는 게 민간과 영내에서의 생활수준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하지만 우리 군의 현실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열악하다. 일례로 병사 1인당 내무반 공간의 경우 우리 군은 6.3㎡인 반면 미국ㆍ일본(10㎡) 등 선진국은 물론 우리보다 병력이 3배 이상 많은 중국(8.6㎡)에도 크게 못 미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내무반을 함께 쓰는 인원도 미국(2명), 일본(3명), 독일(6~8명) 등에 비해 많다. 주거공간이 돼야 할 내무반이 사실상 수용공간으로 전락하면서 병사들의 사생활이 지나치게 제한되고 병영 생활에 따른 스트레스가 배가된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