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인대 수술 좌절 딛고 2000이닝 향해 뚜벅뚜벅
배영수(33ㆍ삼성)는 한 때 시속 150㎞의 공을 뿌리던 파이어볼러였다. 2004년 현대와 한국시리즈에서는 비공인 10이닝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하지만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현재는 직구 구속이 잘 나와야 140㎞ 초ㆍ중반이다. 25일 대구 넥센전에서 완투승으로 프로야구 역대 12번째 통산 120승을 장식한 배영수는 “2009년 1승에 그쳤던 시절이 떠올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 해 배영수는 1승2패, 평균자책점 7.26으로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2000년 삼성 입단 후 일찌감치 에이스 자리를 꿰찬 배영수는 2007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으면서 야구 인생의 고비를 맞았다. 수술 후 자신의 ‘전재산’이던 강속구를 잃었다. 130㎞ 중반 대로 스피드가 뚝 떨어졌고, 갖은 방법을 동원해도 구속은 회복되지 않았다. 2008년 9승(8패)에 그쳤고, 2009년엔 최악의 한 해를 보낸 것이었다. 2010년엔 일본프로야구 진출을 타진했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메디컬 테스트에서 불합격돼 또 한번 좌절했다.
와신상담한 배영수는 2012년 12승(8패)으로 7년 만에 10승을 달성한 뒤 지난해에도 14승(4패)으로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120승을 완투승으로 장식한 것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가 마지막으로 완투승을 거둔 건 2005년 4월2일 대구 롯데전. 무려 3,371일 만의 완투승이다. 강속구를 앞세워 대표적인 완투형 투수로 마운드를 호령했던 배영수가 팔꿈치 수술로 구속을 잃어, 다시 완투 승을 거둘 수 있는 날이 오리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 했다.
배영수는 이제 ‘전설’의 반열에 올라설 채비를 마쳤다. 국내 통산 최다승은 송진우 한화 코치의 210승. 나이를 감안할 때 송진우를 뛰어넘을 수는 없어도 160~170승 정도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위 정민철 한화 투수코치의 161승은 넘어설 것이 유력하다. 또 통산 이닝 역시 1,780.1이닝으로 현역 1위다. 늦어도 2년 안에는 2,000이닝 돌파가 가능하다. 현재 2,000이닝을 넘긴 투수는 5명뿐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