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태가 이란과 시리아 등 주변국의 개입 강도가 높아지면서 자칫 국제분쟁으로 흐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26일 외신에 따르면 이라크 서북부를 장악한 과격 무장세력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는 전날부터 동부 공세를 강화해 바그다드 북쪽 살라헤딘주 주도인 티크리트 인근 유전지대 아질의 소규모 유전을 장악했다. 티크리트에서 동쪽으로 30㎞가량 떨어진 이 유전에는 이라크 최대 정유시설이 있는 바이지와 터키 제이한으로 이어진 송유관 2개가 연결돼 있다. 현지 소식통은 “수니파 반군이 장악한 유전들의 하루 석유 생산량은 모두 2만8,000배럴 가량으로 경비를 맡던 경찰이 철수한 뒤 현지 부족들이 지켜왔으나 반군이 공세를 강화하면서 ISIS 수중에 넘어갔다”고 전했다.
ISIS는 또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90㎞ 떨어진 야스리브 마을로 들어가 이 마을에서 5㎞ 떨어진 공군기지를 공격했다. 이곳은 이라크 전쟁 때 미군이 운영했던 ‘캠프 아나콘다’로 이라크 내 최대 공군기지다. 서부 안바르주의 주요 수원지인 하디사 댐을 둘러싸고도 정부군과 ISIS의 충돌이 계속됐다.
한편 AP통신, CNN 등은 시리아 전투기가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 접경을 공격해 최소 57명의 주민이 숨지고 120여명이 다쳤다고 25일 보도했다. 사바 카르후트 안바르 주의회 의장은 “시리아 접경지역의 시장과 주유소 등에 공습이 있었다”며 “시리아 정권이 안바르 주민을 상대로 야만적인 공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이 바그다드 비행장에서 정찰용 무인기(드론)를 띄우고 군사장비와 보급품 등을 공급하는 등 이라크 정부를 비밀리에 지원하고 있다고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은 이미 이라크에 정보부대를 파견해 통신 감청에도 나섰고, 이란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인 쿠드스 사령관인 카심 술라이마니 소장이 이라크를 최소 두 차례 방문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런 형국은 이라크 사태가 이슬람 양대 종파 맹주국인 이란(시아파)과 사우디아라비아(수니파)의 대리전으로 흐르고 보이고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란은 이라크에서 수니파 ISIS가 세력을 확장하는 것은 사우디의 재정 지원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오일 달러를 테러에 자금 줄 대는 데 사용하는 이슬람 국가들”이라며 사우디를 비난했다. 사우디는 ISIS 지원설을 “악의적 거짓말”이라며 오히려 시아파 위주로 구성된 이라크 정부가 수니파를 배제한 것이 사태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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