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 4세 자녀를 둔 박모(38ㆍ여)씨는 남편과 대학 동문으로 10여년 간 같은 직종의 일을 해왔다. 졸업 직후 박씨와 박씨 남편의 연봉 차이는 400만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남편 연봉이 박씨의 두 배가 넘는다. 박씨가 출산 때문에 두 차례 육아휴직을 하면서 근무 기간과 경력에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동안 남편의 직급은 훌쩍 올라갔기 때문이다. 결국 박씨는 올해 초 다니던 직장에 휴직서를 제출했다. 박씨는 “얼마 안 되는 월급에서 사회생활 유지비와 교통비, 베이비시터 인건비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며 “일 하면서 보람도 느꼈지만, 가정에서 아이 키우는 것이 여러모로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 여성은 100명 가운데 75명이 대학에 진학해 교육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지만 사회에 진출해 일하는 비율은 50.2%로 OECD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여성의 임금 수준은 남성의 68.1%에 불과했고, 기혼 여성 5명 중 1명은 결혼 후 출산 육아 등의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4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74.5%로 남성의 67.4% 보다 높았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2009년 처음으로 남성을 앞질렀고, 그 격차는 2012년 5.7%포인트에서 지난해 7.1%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취업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은 여전했다. 지난해 대졸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4.6%로 대졸 이상 남성의 89.4%보다 훨씬 낮았다. 지난해 여성 전체 경제활동참가율은 50.2%로 2012년보다 0.3%포인트 올랐지만 남성의 73.2%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성별 간 임금격차도 여전히 컸다. 지난해 5인 이상 사업체의 여성 월평균임금은 203만3,000원으로 남성의 68.1%에 불과했다. 직장 여성의 국민연금, 고용보험 가입률은 61.5%, 60.5%로 남성보다 각각 12.1%포인트, 12.8%포인트 낮았다.
이런 결과는 여성의 경력단절 영향이 크다. 지난해 15~54세 기혼여성 중 결혼과 출산 육아로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은 20.1%에 달한다.
때문에 25~29세 71.8%에 달했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0~34세 58.4%, 35~39세 55.5%로 급격히 줄었다가 40대 초반부터 63.9%로 증가세를 보였다.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워 놓고 다시 일을 시작할 때는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지는데다, 운 좋게 재입사에 성공해도 같은 나이의 남성에 비해 경력이 짧아 임금이 적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경력단절 이전인 20대 초반 여성임금은 남성의 96.6%로 큰 차이가 없지만,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 시기인 40대 초반 임금은 남성 대비 63%, 40대 후반은 55.5%까지 떨어졌다.
경력단절여성에 대한 지원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지만, 미취학 자녀가 있는 여성의 72.8%가 취업장애요인으로 육아부담을 꼽아 이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번 조사에서 미취학 자녀가 있는 여성들은 향후 늘려야 할 공공시설과 복지서비스로 국공립 어린이집(49%)과 아동양육지원 및 돌봄서비스(57.4%)를 꼽았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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