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장들 릴레이 지휘봉 반납
‘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독이 든 성배인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6강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감독들의 사퇴가 잇따르고 있다. 벌써 5명의 감독이 짐을 챙겼다.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진 쓸쓸한 퇴장이다. 남은 16강티켓이 결정될수록 감독직 사퇴는 늘 전망이다. 월드컵 진출 자체가 큰 영광이지만, 국민의 관심이 높은 만큼 부담도 만만치 않은 자리가 월드컵 감독인 것이다.
이란을 16강에 올려놓지 못한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26일(이하 한국시간) 사의를 표명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이날 브라질 사우바도르의 폰치노바 경기장에서 열린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 1-3으로 패한 직후 “계약 연장에 관해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 그 동안 이란을 위해 일할 수 있게 해 줘 감사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번 월드컵에서 1무2패(승점 1)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케이로스는 “이란을 위해 일하는 것은 큰 영광이었고, 이 나라와 사랑에 빠졌으나 짝사랑만으로 결혼 생활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며 재계약을 희망했으나 이란 축구협회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케이로스뿐만 아니라 이번 대회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다른 아시아 감독도 수난을 겪고 있다. 4강에 오르겠다고 공언했던 알베르토 자케로니 일본 대표팀 감독도 쓸쓸히 퇴장했다. 일본은 조별리그 C조에서 1무2패로 역시 최하위로 16강행에 오르지 못했다. 자케로니 감독은 2010 남아공 대회 이후 일본 대표팀을 맡아 2011 카타르아시안컵 우승을 이끌며 일본 축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자케로니 감독은 콜롬비아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1-4로 완패한 직후 “전략과 전술을 모두 내가 결정했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밝혔다.
최악의 성적을 거둔 이탈리아는 이미 새 감독이 물망에 오를 정도로 빠른 대표팀 감독 교체가 단행됐다.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에서 우루과이, 잉글랜드, 코스타리카와 함께 D조에 편성됐다. 잉글랜드와의 첫 경기에서 2-1로 승리했으나 약체로 평가 받은 코스타리카에 0-1로 패한 뒤, 우루과이에게도 0-1로 져 16강행이 좌절됐다. 체사레 프란델리 이탈리아 감독은 25일 우루과이전에서 패하자 “전술적인 부분이 준비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이번 16강행 탈락은 2010년 남아공 대회에 이은 2회 연속으로, 이탈리아의 월드컵 역사상 1966년 이후 처음 있는 수모다. 프란델리 감독뿐만 아니라 지안카를로 아베테 이탈리아 축구협회장까지 사임을 밝힐 정도로 여론이 좋지 않다. 16강에 진출하지 못한 온두라스, 코트디부아르 등도 각각 감독들이 대표팀에서 물러났다. 사브리 라무시 코트디부아르 감독은 “나의 감독 계약은 이번 월드컵까지였고, 연장은 없다. 그 이유는 당신들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고 25일 그리스에 1-2로 패해 16강이 좌절되자 사퇴의사를 밝혔다. 남아공 대회 우승국인 스페인의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도 “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하겠다”며 16강행 탈락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비춘 상태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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