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문 한국기원 상근부총재 취임 100일
토토·진흥법도 중점 과제
시니어·여자기사들 위한 별도의 기전 개최 준비중
“올해 바둑계의 중점 과제는 소년체전 정식종목 채택과 바둑진흥법 통과, 바둑토토 시행 등 세 가지다. 소년체전 정식종목 채택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 공교육을 통한 어린이 바둑교육이 더욱 활성화하고 바둑지도자 수요가 확대되는 등 바둑계의 실질적인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치문 한국기원 상근부총재(66 · 사진)가 취임 100일을 맞아 25일 기자간담회를 했다. “바둑진흥법이 현재 국회 일정 때문에 지지부진한 상태지만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적당한 시기가 되면 반드시 통과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 바둑토토는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 아직도 바둑계 일부에는 바둑의 품위를 손상시킨다는 주장에서부터 불법 베팅이나 승부조작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과한 걱정이다. 바둑토토로 얻은 수익을 바둑 보급과 신예 육성 등에 사용한다면 한국 바둑의 획기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_최근 바둑계 주변 환경이 크게 나빠졌다. 국내외 기전이 잇달아 폐지되거나 규모가 축소되고 예선 대국료가 없어져 프로기사들의 불만이 크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시니어와 여자기사들을 위한 별도의 기전 개최를 준비 중이다. 먼저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시니어기전을 연 6회 정도 개최할 계획이다. 같은 연배의 기사들끼리 맞대결을 펼침으로써 더욱 박진감 있는 승부가 연출되는 것은 물론 시니어들의 소외감을 달래고 수입 창출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바둑 인구가 고령화하고 있는데 시니어기전은 올드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흥행 면에서도 일반 기전 못지않은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또 KB리그 종료 후 겨울철 휴식 기간을 이용해 여자프로리그를 창설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_초읽기 때 화장실 출입을 금지한 경기규칙 개정안에 일부 기사들이 연명부를 돌리는 등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는데.
“바둑이 어엿한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매김한 지 벌써 10년이 됐지만 아직도 경기규칙이나 대회 운영방식에 비스포츠적인 관행이 많이 남아 있다. 이번 규칙 개정도 그런 관행을 하나씩 고쳐 스포츠의 모양새를 갖추자는 취지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선수들의 입장에서 다른 좋은 개선 방안이 있다면 당연히 다시 고칠 수 있다. 기사회가 7월 1일 시행 이전에 전체 기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으니 이를 보고 충분히 협의해 결정하겠다.”
_다음달 5일 경주에서 열리는 국제바둑연맹(IGF) 총회에서 홍석현 한국기원 총재가 새 회장으로 취임한다. 그 동안 일본이 주도했던 IGF가 명실상부한 국제바둑기구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이번 총회에 특별한 안건이 있나.
“IGF가 명목상 세계 최대 바둑기구지만 예산도 얼마 안 되고 사무국 인력도 부족해 거창한 사업을 할 수 없다. 이번 회의에서는 비교적 실천 가능한 의제로 연중 개최되는 세계대회 일정을 연초에 확정하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세계대회가 열릴 때마다 한중일 3국이 대회 일정을 새로 협의해야 하는 불편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앞으로는 국내 기전 일정도 가능한 한 연초에 1년치를 확정, 시행한다는 목표로 각종 대회 개최 시기를 재조정할 계획이다.”
_오랜 바둑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바둑행정가로 자리를 옮겼는데.
“최근 바둑계가 전반적으로 무척 어려운 상황이다. 프로기사를 비롯한 모든 바둑계 구성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한국 바둑 발전에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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