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교육감에게 듣는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당선인
'미래형 인재' 양성 방점… 수업, 평가방법 개선… 교사 행정업무 축소
경남 교육계가 진보교육감 시대를 열었다. 보수ㆍ진보ㆍ중도 성향의 후보가 2010년에 이어 리턴매치를 벌인 6ㆍ4 경남교육감선거에서 전ㆍ현직 교육감을 물리친 진보 성향의 박종훈(53) 경남도교육감 당선인은 그 동안 ‘새로운 교육을 위한 경남교육감직 인수위원회’를 꾸린데 이어 교육단체와 학부모, 학생들을 차례로 만나는 등 소통행보를 펼치며 새 비전의 퍼즐을 완성해 가고 있다. 다음달 1일 취임을 앞둔 박 당선인을 만나 앞으로의 포부를 들어봤다.
-선거기간 내내 주창한‘새로운 경남교육’ 이란
“‘새로운 경남교육’은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소통하고 공감하는 교육정책입니다. 즐겁게 배울 수 있는 수업,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 을 키울 수 있는 토론과 질문이 있는 수업, 인성교육을 강화해 모든 면에서 두루 역량을 갖춘 미래형 인재를 길러내는 학교가 핵심입니다. 교사의 행정업무를 대폭 줄이는 대신 행정업무를 전담할 인력을 배치해 아이들에게 투자할 시간을 늘리도록 하겠습니다. 즐겁게 배우는 학생, 가르칠 맛 나는 선생님을 위한 정책을 우선적으로 펼쳐 나가겠습니다.”
-진보교육감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은데
“교육을 정치적 이념인 보수ㆍ진보로 나누는 문제에 대해 국민들은 식상해 합니다. 이념과 색깔논쟁이 아니라 누가 더 교육의 본질을 이야기하느냐에 더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진보교육감 모두가 큰 표 차이로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혁신학교, 공동체 교육 회복, 교육복지 확대 등의 정책이 교육주체들의 공감을 얻었다고 봅니다. 진정성을 갖고 설득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경청하며 아이들을 판단의 기준에 두고 사회적 합의를 위해 노력해 나간다면 어려움은 있겠지만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입선발고사 폐지를 공약했는데
“현재 경남의 중학교 졸업예정자 중 진학 희망자 100%가 인문계 고교에 진학하고 있습니다. 2002년 중학교 교육과정 정상화와 전인교육, 인성교육을 위해 폐지됐던 고입선발고사를 경남교육청은 13년 만에 부활시켰습니다. 이는 불통의 리더십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선발고사의 부활이 사교육의 증가, 교육과정의 파행으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러나 올해 당장 폐지하는 것은 위법적 소지가 있어 경남교육에 더 큰 혼란을 불러오는 상황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올해는 당초 계획대로 시행하고 내년 폐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경남교육 수준이 전국 평균 이하인데
“교육청의 과감한 혁신으로 전시성 행사를 폐지하는 한편 학교를 지원하고 수업방법을 연구해 지원하는 체제로 개편해야 합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습니다. 잡무를 줄여 수업방법 연구와 생활지도에만 전념토록 하겠습니다. 재미있게 가르치고 즐겁게 배우며 체험중심의 수업과 평가방법의 개선으로 개인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교육방법 변화를 통해 경남을 자랑스러운 교육도시로 만들겠습니다.”
-‘경쟁+협력’의 스웨덴식 수업을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친구를 밟고 올라서야만 내가 이길 수 있는 극단적 경쟁교육이 OECD행복지수 꼴찌로 우리 아이들을 내몰았습니다. 하나의 모둠엔 발표를 잘 하는 친구, 자료를 잘 만드는 친구, 글을 잘 쓰는 친구가 있습니다. 과제를 수행하는 데 모두 소중한 친구들입니다. 시험을 잘 치는 아이들만 선택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들이 힘을 모아 모둠과 경쟁하는 선진화된 평가시스템이 아이들과 교사 모두를 행복하게 할 것입니다.”
이동렬기자 dylee@hk.co.kr
▦박종훈 당선인은 누구
경남 창원 출신으로 마산고와 경남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시절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면서 5ㆍ18광주민주화운동 시기에 쓴 저항성 기사로 필화사건을 겪어 중도 하차하기도 했다. 창원 문성고에서 18년간 사회 교사로 재직하다 학교 민주화 운동에 몸담으며 촌지거부운동과 교재 채택료 거부운동을 주도했다. 2002년 경남교육위원에 출마, 8년간 의정활동을 펼치며 ‘가장 일 잘하는 교육위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경남교육포럼을 10년간 이끌었으며 2010년 교육감선거에 출마, 2% 차이로 낙선했다가 이번 6ㆍ4 선거에서 39.4%의 득표로 당선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